세 변수 간 상호 관계가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결정을 추동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와 폭이 한은 통화정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마지막 퍼즐' 가계부채···"여건 조성" vs "아직 불안"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한은이 오는 11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수도권 집값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금융 안정 리스크에 대해 어떤 진단을 내놓을지 주목했다. 지난 8월 금통위 직후 기자회견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리 인하가 늦어지면 내수 회복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지만 현 상황에서는 (금리를 내릴 경우)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외환시장 변동성을 확대할 위험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9월 말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전월 대비 가계대출 증가 폭은 5조6029억원으로 월간 최대를 기록했던 8월(9조6259억원)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전주 대비)도 8월 둘째 주 0.32%로 5년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가 9월 넷째 주에는 0.12%까지 떨어졌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도 "펀더멘털 측면에서 금리 인하 요건은 강화됐고 대외 요인도 인하에 우호적"이라며 "금융 불균형 리스크가 크게 확대되지 않는다면 금리 인하를 제약할 요인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다만 가계부채 증가세에 대해 경계심을 거두지 않는 분위기도 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가계부채 등 금융 안정과 관련된 불안 요인이 상존하는 게 사실"이라며 "향후 한은은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 등 정책 당국과의 소통을 통해 미시적 대응에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준 행보에 주목해야···내수 부진 지속될 듯
전문가들은 미국 연준이 지난달 '빅 컷(금리 0.5%포인트 인하)'을 단행하면서 한은도 운신의 폭을 확보했다고 봤다. 연준의 금리 인하로 한·미 금리차는 2.0%포인트에서 1.5%포인트로 줄어든 상태다. 지난 4월 1400원선을 위협했던 원·달러 환율도 최근 1300원 초반대로 하락했다.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연준의 추가 빅 컷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어 향후 한은의 금리 결정 역시 연준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조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와 폭이 한은에 정책 여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경기가 좋지 않아) 대선 전 빅 컷 가능성이 나오고 한은의 긴축적 통화정책으로 내수 침체가 심화한 상황"이라며 한은이 10월과 11월 연달아 금리를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의 금리 인하에도 내수 부진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둔화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연말 경제성장률은 2.4%, 물가상승률은 2.4%로 각각 예상한다"며 "수출은 양호할 것으로 보이지만 내수 부진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얼 상상인증권 연구원도 "내수 부진과 수출 회복세가 서로 상쇄되는 성장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물가 하방 압력이 확대되면서 하반기 중에는 디스인플레이션 기조 진입을 확인할 수 있겠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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