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장 선출방식 개편…책임상근 유급제 도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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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강로 국제스포츠외교연구원장
입력 2024-10-14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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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강로 국제스포츠외교원장 사진윤강로
윤강로 국제스포츠외교연구원장 [사진=윤강로]
대한체육회장이 비상근·무보수·자원봉사직이라고 한다. 이러니 쇼트트랙 심석희 선수 사건이나 트라이애슬론 고(故) 최숙현 선수 사건이 불거져도 책임을 지지도, 물을 수도 없다. 선출직이기 때문에 스스로 물러나지 않으면 경질할 수도 없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을 위시하여 전 세계 206개국 올림픽위원회 위원장들은 모두 선출직이지만 통상 보수를 받는 상근직이며 그래서 최고 책임을 지고 있는 것이고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면 상응하게 사임하곤 한다. 미국(USOPC)이 그랬고 일본(JOC)도 그러했다. 대통령도 월급을 받고 상근하기에 나랏일 전체를 통치하며 책임을 지지 않으면 탄핵소추도 가능한 것이다.

대한체육회장은 선출직이지만 월급을 받지 않기에 무보수·비상근·무책임이라는 논리는 성립되지 않는다. 체육인들이 뽑아준 체육회장은 상근하며 체육 전반에 온 정성을 쏟고 책임질 일은 반드시 책임을 져야 체육이 바로 선다. 만일 책임지지 않으면 탄핵소추에 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대한체육회장은 월급도 받고, 책임도 지고, 상근해야 하는 것이다. 이도 저도 싫으면 회장 자리를 내려놓아야 한다. 대한체육회장은 명예직이 아닌 상근직이어야 하는 이유는 '윤리의식에 따른 무한 책임'이다. 지금의 체육회는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부분이 중요하다. 미국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서는 가해자에게 형을 집행했고, IOC 위원을 겸하고 있는 미국올림픽위원회 위원장과 사무총장이 줄줄이 사퇴했다. 상근직으로 변경하고, '무한 책임'을 느껴야 한다. 자신이 없으면 내려놔야 한다. 대한체육회·KOC·국민생활체육회가 통합되어 몸집이 커질 대로 커진 대한체육회를 이끌기 위해서 체육회장은 상근하고 분야별 최고 실력가와 전문가들을 편 가름 없이 기용하여 집단지도 체제로 나아가는 길이 대한체육회가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길이다.

머지않아 2036년 올림픽 대한민국 유치를 위해 선봉에 서야 할 대한체육회가 적재적소의 역할 분담과 책임 분담이 이루어질 때 새로운 지평이 열릴 것이다. 대한체육회 새로운 100년이 시작된 2021년 이후 2025년에 새로 선출될 대한체육회장은 무한 책임과 무한 체육 애정을 실천하는 정치를 지양하고 체육에 전념하는 상근체육회장(KOC 위원장)으로 거듭나기를 소망한다. 스포츠 선진국으로 손꼽히는 대표적이고 일반적인 국가로 흔히 미국·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캐나다·호주·일본·뉴질랜드 등을 언급할 수 있다. USOPC와 호주(AOC)의 사례를 살펴보면 이들 국가 올림픽위원회(NOC) 위원장과 사무총장 모두 경험·지식·식견·글로벌 경쟁력이 검증된 사람 중에서 선발되어 정당하게 책정된 보수(remuneration)와 예우를 받으며 활동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대통령·국회의원·장관을 비롯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계에서 거의 모든 직책을 총괄하는 수장들은 모두 보수를 받고 활동하므로 책임감이 동시에 부여되고 있다.

나머지 선진국들도 거의 예외 없이 NOC 수장들이 상근직이면서 보수를 지급받으며 해당 NOC 업무를 실제로 총괄하고 책임지는 지도자들이다. 개발도상국이나 사회주의 체제 국가들의 NOC 수장은 정부 관료 등이 겸직하거나 다른 형태로 선출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한민국에서는 언제부터인지 대한체육회장(NOC 위원장)은 무보수·명예직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 또한 보수를 지급받는 것이 위상과 체면이 손상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유교적 문화와 전통이 몸에 배어 대한체육회장이 마치 한국 체육계 대통령 격으로, 명예로 군림하는 가치관을 최우선시하는 지도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통령·국무총리·장관 등 행정부 고위지도자들도 모두 일정액의 월급과 그에 상응하는 예우를 받으며 책임이 수반되는 부여된 업무 분야에 대하여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러한 발상은 잘못된 것이다. 무보수·명예직 NOC 위원장이란 중차대한 업무영역에서 사후 책임이 면책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상근도 안 하고 띄엄띄엄 출근하여 형식적 결제와 업무보고를 받고 불가피한 행사와 의전 프로토콜성 대외업무 정도만 소화해 내는 불완전하고 열정이 뒤따르기 힘든 구조 속에서 리더로 변모된 감이 없지 않다. 무보수·비상근·명예직 대한체육회장은 그 누구라도 사명감과 책임감과 절실함이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선진국 NOC 위원장들처럼 일정한 보수를 지급받으며 십수 년 이상 축적된 해당 분야 지식·경험·지혜·리더십으로 해당 NOC를 훌륭히 끌어 나갈 수 있고 위원장 겸 최고경영자(CEO)로서 경영이란 맥락에서 책임을 도맡으며 NOC를 건사해야 바람직한 선진국형 지도자가 될 수 있다. 미국과 독일 및 호주 등의 사례를 보면 이들 국가올림픽위원회 수장(위원장 및 사무총장) 선출 또한 합리적인 방법으로 전문적이고 국제 감각과 해당 경험과 지식이 출중한 인물들을 후보군으로 선택하여 NOC 집행위원회에서 합리적이고 선순환적인 과정을 거쳐 자연스럽게 수장을 선출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마치 지방자치단체나 국회의원 선거를 방불케 하는 정치 선거에 기반을 둔 방식으로 대한체육회장을 선출하고 있다. 필자가 2020년 대한체육회장 예비후보로 출사표를 내고 단기간 전국 지방체육회와 경기단체 등을 순회하면서 뼈저리게 느낀 것이 있는데 그것은 자금력과 조직과 인기몰이성 사전선거 작업을 전국적으로 장기간 유지해야만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상응하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한 지방체육회장은 필자와 만나 여러 가지 현안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눈 끝에 결론적으로 필자를 보고 유럽 국가에서 NOC 위원장 선거에 출마했으면 자질이나 경험과 지식 및 국제 인맥 그리고 비전 면에서 1등 후보로 보이지만 대한체육회장 선거는 정치 선거와 필적하기 때문에 아쉽게 생각한다는 소회를 듣고 그때부터 불출마 쪽으로 가닥을 잡기 시작하였다. 한국에서는 과거에 해당 가맹 경기 단체들에서 4~5명 정도 후보 추천동의서를 발급받은 사람들만 후보로 인정되어 대한체육회장 입후보 자격을 부여받아 회장 선거에 임하다 보니 출중한 후보라도 입후보 자격을 받기 힘든 폐해가 있었다. 또한 대한체육회장 선거는 대한체육회 경기단체장들로 구성된 대의원총회에서 선출하기 때문에 정치적 입김과 색채를 배제할 수 없는 힘겨루기 선거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러한 요소를 배제하기 위해 고안된 대한체육회장 선거 방식이 전국 규모로 무작위 체육인 선거인단들이 후보 중 1인을 대한체육회장으로 선출하는 것인데 이는 앞에서 언급한 전국적 조직관리에 능한 후보만 단연 유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대한체육회장은 후보로 거론되는 대기업 총수처럼 대한체육회를 명실상부하고 훌륭하게 책임 경영할 수 있는 자질과 능력을 겸비한 인물이 발탁돼야 한국 체육이 거듭날 수 있다. 이를 위해 대한체육회장 선거 방식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차기 대한체육회장 선거(2025년 초)부터는 선진국형 NOC 위원장 선출 방식으로 개편해야 한다. 그래야 한국 체육의 리더십이 바로 서고, 대한체육회가 NOC의 기능과 역할을 다하고, 세계 속에서 발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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