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과 KT 등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최근 고연차 직원들을 대상으로 연이어 희망퇴직 계획을 발표했다.
SKT는 지난달 말 노사가 직원 1인당 최대 3억원의 위로금을 주는 퇴직 프로그램 '넥스트 커리어' 프로그램을 개편하는 데 합의했다. 근속 25년 이상 혹은 만 50세 이상 직원이 대상이다. 프로그램 희망자는 2년간 유급 휴직에 들어간 뒤 복직 혹은 퇴직을 선택할 수 있다. 만일 퇴직을 결정하면 1인당 최대 3억원의 위로금을 회사에서 지급한다.
개편 전에도 퇴직자 대상으로 위로금을 지급했지만, 1인당 5000만원이었다. 이번에 위로금을 파격적으로 인상하면서 업계에서는 연차가 높은 고연봉 인력들을 줄이기 위한 회사 측의 방편으로 해석했다. 실제 지난해 기준 SKT의 직원 평균 연봉은 1억4593만원으로 통신 3사 가운데 가장 많다. 다만 SKT는 이와 관련해 "일반적인 인력 감축 차원의 명예퇴직이나 희망퇴직과는 취지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KT 역시 오는 15일 이사회를 열고 신설법인 2곳을 내년 1월 1일자로 설립하는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 KT에서 근무하던 수천 명의 인원들이 해당 자회사로 전환배치될 계획이다. 선로·전원 등 통신·방송 관련 설비 작업을 하는 현장직들이 주요 대상으로 신설 법인 전환배치 인원은 3780명에 이를 전망이다. 이 중 실 근속 10년 이상 직원에게는 기존 기본급의 70%만을 주는 대신 최대 2억원 선의 일시금을 지급한다. 약 170여명 규모의 고객상담관리(CRM) 관련 인원도 자회사인 KTis와 KTcs로 전환 배치한다.
동시에 이들 현장직들을 대상으로 한 특별희망퇴직도 단행한다. 최대 3억2000만원에 달하는 금액을 퇴직금으로 지급할 예정으로 이는 KT 역대 최고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KT는 최대 5700여명에 달하는 인력을 조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기 때문에 최종 결정된 사안은 아니지만 만일 확정될 경우 기존 1만8000명이 넘던 KT의 직원 수는 1만2000여명 수준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LG유플러스의 경우 아직 구체적인 인력 조정안을 발표하지는 않았다. 다만 지난 2022년 한 차례 희망퇴직을 단행했고, 지난해 말부터는 비용 절감에 주력하는 등 전사 차원의 비상경영체제에도 들어간 상태다.
통신사들의 이 같은 행보는 IT업계의 AI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AI 사업 육성을 위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상황에 맞닥뜨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 동안에도 통신사들은 AI 스타트업 투자, AI 인프라 구축 등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지만, 앞으로도 실탄 마련이 계속해서 중요하다고 봤다.
실제 SKT는 지난해 9월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5년간 AI 투자 비중을 기존의 3배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KT 역시 마이크로소프트와의 AI·클라우드 협업을 통해 오는 2029년까지 총 2조40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투자하겠다고 공언했다. 협업 이외 명목으로 AI에 투자할 금액까지 감안하면 KT의 실제 관련 투자 액수는 이보다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LG유플러스도 LG그룹 차원에서 AI 투자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황현식 대표가 올해 AI 투자 규모를 전년 대비 40% 확대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다만 이 같은 변화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고연차 숙련 인력들이 대거 자회사로 이탈하거나 회사를 떠날 가능성이 생기면서 통신 품질관리 등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급격한 구조 개편에 따른 반발도 필연적이다. 실제 KT의 제1노조인 KT노조는 다음주 중 사측을 대상으로 집회를 여는 등 본격적인 행동에 나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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