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남 쓰레기 풍선에 이어 북한이 평양 상공에 한국 무인기가 침범했다고 주장함에 따라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쓰레기 풍선처럼 명백한 군사적 행동은 아니지만 상대방이 적극적으로 대응하기에는 모호한 방식으로 유·무형 공세를 가하는 행위인 ‘회색지대(grey zone) 도발’을 넘어섰기 때문에 우발적인 충돌 등을 막을 소통 채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13일 KBS1 ‘일요진단’에 출연해 북한이 한국 무인기가 평양 상공에 침투했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 “확인해준다는 것 자체가 북한이 원하는 우리 내부 갈등을 야기할 것”이라며 “경험에 의하면 제일 좋은 최고의 정답은 무시”라고 말했다.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로버트 매닝 선임연구원은 지난 7일(현지시간)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에 게재한 기고문을 통해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1950년 한국전쟁 이후 최고조에 달했다고 분석했다.
이에 신 실장은 “북한이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은 6·25 전쟁 이후에 늘 존재해 왔다”며 “전통적으로 (전쟁에는) 북한이 전쟁 준비가 충분히 돼 있는지, 대한민국이 북한의 전쟁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통합성을 유지하고 있는지, 한·미 동맹이 건전한지가 요소다. 현재 한·미 동맹은 건전하고 대한민국은 선진국으로서 튼튼하다”고 말했다.
신 실장은 “북한이 자살을 결심하지 않을 것 같으면 전쟁을 일으키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지난 11일 오후 8시 10분 조선중앙통신에 외무성 명의 중대 성명을 발표하고, 한국이 지난 3일, 9일, 10일 심야에 무인기를 침투시켜 전단을 살포했다고 주장했다.
북한 외무성이 담화를 발표했을 때 국방부 청사에서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가 열리고 있었고,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이 자리에서 “그런 적이 없다”고 답했다. “아직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 확인해보겠다”며 긴급회의에 다녀온 김 장관은 “북한 주장에 대해 사실 여부를 확인해줄 수 없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다음 날인 12일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밤늦게 담화를 발표해 사실관계를 확인해줄 수 없다는 국방부가 주범 내지는 공범이라고 비난했다. 김여정 부부장은 “이번 무인기 도발의 주체, 그 행위자들이 누구든 전혀 관심이 없다”며 평양에서 한국 무인기가 다시 발견되면 “끔찍한 참변은 반드시 일어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에 국방부는 13일 “김여정은 이번 담화에서 ‘타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도발행위’라는 표현으로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작 북한은 지금까지 이미 10여 회 우리 영공을 침범한 바 있다”며 “만약, 북한이 우리 국민 안전에 위해를 가한다면 그날이 바로 북한 정권의 종말이 될 것임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반도에 긴장감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우발적 충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신승기 한국국방연구원 북한군사연구실장은 “오물풍선은 회색지대 도발이지만 무인기는 군사적 도발로 인식할 수 있다”며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해서는 대화를 위한 최소한의 소통 채널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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