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이 러시아와 군사 협력을 강화해 무기 거래 등으로 금전적 이익을 받고 있는 것에 이어 가상자산 탈취, 사이버 공격 등으로 연 수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가운데 정부가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국가에 가상자산 탈취 대응 역량을 전수해 사이버 방어 역량을 강화하기로 했다.
23일 외교부에 따르면 가상자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아세안 국가들이 사이버 방어 역량을 강화해 북한의 사이버 위협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수 있도록 지난해부터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KISIA),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함께 '아세안 국가 대상 가상자산 탈취 대응 역량강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라오스·베트남·태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필리핀·캄보디아 7개국 전문가 등이 지난 21일 입국해 오는 27일까지 한국에서 가상자산거래소 사이버 보안 강화 및 암호화폐를 이용한 자금 세탁 방지 시스템 구축 등 교육을 받는다.
앞서 유엔 마약범죄사무소(UNODC)는 지난 1월 펴낸 보고서에서 북한의 라자루스 그룹을 포함한 해커들이 미얀마,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등지에서 마약 범죄 조직들과 돈세탁망을 공유하는 사례를 여러 건 포착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역량 강화 프로그램은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 차단을 위해 아세안을 포함한 국제 사회와의 협력을 확대·강화해 나가겠다는 우리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며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 차단을 위한 국제 사회의 경각심 제고와 공조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준일 외교부 한반도정책국장은 22일 오찬 간담회에서 참가자들에게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당부하고, 추가적 피해가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상호 협력해 나가자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북한의 가상자산 탈취를 포함한 악성 사이버 활동이 각국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는 점에 공감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 간의 정보 공유 및 대응 공조가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일부 참석자들은 우리 정부의 수사 사례나 민간 기관과의 공조 방안 등에 관심을 표명하며 설명을 요청하기도 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북한이 러시아군을 지원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규모 파병을 결정한 데에는 '경제적'인 부분이 가장 클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국방부 또한 러시아가 전투병을 보내온 북한에 금전 또는 군사 부문의 첨단기술을 제공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전날 "금전적인 것이나 첨단기술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해 볼 수 있다"면서 "북한과 러시아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양국 군사 협력의 진전 추이에 따라 가용한 조치들을 취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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