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 호구' 단통법 사라지지만…與보다 독한 野의 후속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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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상영 기자
입력 2024-10-29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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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정감사 마친 국회, 단통법 폐지 본격화

  • 與 박충권·野 김현 안 보니…차이 '뚜렷'

  • 약정할인·차별금지 등 규제 강화한 야당

  • 알뜰폰 점유율 제한도…업계 설득 과제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1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단통법 폐지 세미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박충권의원실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1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단통법 폐지 세미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박충권의원실]
[이코노믹데일리] 이른바 '전 국민 호갱(호구+고객)법'으로 불린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10년 만에 사라진다. 여야가 단통법을 폐지해 일부 조항을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이관하는 내용의 법안을 각각 발의하면서다. 국정감사 일정을 모두 마무리한 여야는 단통법 폐지와 대체 입법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이지만 일부 조항을 놓고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2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단통법 폐지 법률안과 전기통신사업법 일부 개정안, 그리고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 개정안 2건이 각각 논의를 앞두고 있다.

먼저 제출된 법안은 박 의원 안으로 지난 21대 국회에서 김영식 전 국민의힘 의원이 2020년 11월 대표 발의했다가 임기 만료 폐기된 것을 계승했다.

박 의원 안은 단말기 구매 지원금을 받지 않은 소비자에게 통신 요금을 할인해주는 선택약정할인 제도를 전기통신사업법에 명시해 유지하도록 했다. 또한 통신사가 대리점·판매점에 차별적인 지원금 지급을 부당하게 지시·강요할 수 없게 했다. 현행 단통법 조항 중 소비자 불만이 가장 큰 단말기 구매 지원금 상한은 사라진다.

◆野 "선택약정할인 축소 방지 장치 필요"

김현 의원 안은 앞선 박 의원 안보다 한 발 나아가 단말기 유통과 관련한 규제를 좀 더 촘촘히 했다. 박 의원 안에서 단말기 제조사와 통신사 자율에 맡긴 일부 내용을 명확하게 규정함으로써 이용자 보호 조치를 강화했다는 설명이다.

선택약정할인에 관한 조항이 대표적이다. 박 의원은 통신사로부터 지원금을 받지 않고 요금제에만 가입하려는 이용자에게 "지원금을 대신하여" 요금 할인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고 했는데 김 의원은 '지원금을 대신한다'는 문구를 뺐다. 지원금과 약정 할인율 간 연계성을 차단해 단말기 지원금이 요금 할인 폭 수준에서 제한되지 않도록 한 것이다.

특히 김 의원은 통신사가 약관을 개정해 선택약정할인 혜택을 축소할 경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이를 반려할 수 있도록 했다. 지원금 상향을 이유로 약정 할인율을 인하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취지다.

실제 약정 할인율 산정 방법을 두고 정부와 통신 업계가 마찰을 빚기도 했다. 단통법 시행 이후인 지난 2017년 당시 미래창조과학부(현 과기부)가 약정 할인율을 기존 20%에서 현행 25%로 높이기로 하자 통신 업계가 "근거가 빈약하다"며 반발한 적이 있다. 단말기 지원금과 월 평균 요금 수익 등을 고려해 약정 할인율을 상향했는데 정부와 업계가 서로 다른 계산식을 주장했다. 김 의원 안이 통과될 경우 지원금과 약정 할인율이 분리돼 이같은 논란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7일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7일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원금·장려금 규제 '완화' vs  '유지'

지원금 차별 지급 금지 조항과 관련해서도 김 의원 안이 더 강도 높은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박 의원이 단순히 통신사가 부당하게 지원금을 차별해 지급할 수 없게 한 것과 달리 김 의원은 현행 단통법 조항을 그대로 살려 지원금 차별 지급 사유를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통신사가 번호이동 가입자에게만 과도하게 지원금을 높게 지급해 기기변경 가입자가 받는 혜택이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등 단통법 폐지로 인한 부작용을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해당 조항에 관한 생각이 정부 내에서도 달라 향후 법안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통신사 간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지원금 차별 지급 금지 조항 자체를 재검토해야 해야 한다고 보는 반면 방송통신위원회는 이용자 이익 저해와 공정한 단말기 유통 환경 저해를 이유로 존치를 주장하고 있다.

제조사와 통신사가 과기부·방통위에 제출하는 자료를 놓고서도 여야 간 입장이 엇갈린다. 김 의원은 단말기 판매량, 출고가, 매출액, 지원금은 물론 통신사가 대리점에게 지급하는 판매 장려금, 단말기 제조사가 통신사에게 지급하는 장려금까지 포함해 제출토록 했다. 이와 달리 박 의원은 제조사의 자료 제출 의무를 제외하고 제조사가 통신사에 지급한 장려금 규모를 알 수 없도록 했다.

김 의원은 "제조사에 대한 규제가 제외될 경우 제조사가 통신사 또는 대리점을 상대로 불공정 행위를 하거나 단말기 공급을 차별하는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이는 결국 고가 단말기 중심 판매를 유도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알뜰폰 점유율도 제한하자는 野, 업계 반발 불가피

야당은 여당 안에는 없는 가상 이동통신망 사업자(MVNO·알뜰폰) 점유율 제한 규정도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포함시켰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 계열 알뜰폰 자회사와 금융사의 알뜰폰 시장 점유율이 60%를 넘으면 신규 가입자를 모집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이에 관련해 김 의원은 "단통법 폐지 후 알뜰폰 시장이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며 "통신 3사, 금융사와 알뜰폰 사업자들 간 상생을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야당이 선택약정할인 축소 방지 조항을 비롯해 제조사 자료 제출 의무 부과, 알뜰폰 점유율 제한 등 광범위한 규제 방안을 제시하면서 통신사와 제조사의 반발이 예상된다. 그러나 김 의원은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통신사가 제대로 경쟁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자는 것"이라며 "이번 정기국회 회기 중 협의가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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