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긴급 이사회를 소집한 가운데, 영풍과 MBK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최윤범 회장은 오는 30일 오전 9시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경영권 방어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이사회에서는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요구한 임시 주주총회 소집과 자사주를 우리사주조합에 처분할 가능성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재계에 따르면, 이번 이사회 소집에 대한 구체적인 의안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이사들에게는 경영권 분쟁과 관련된 안건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로 설명됐다. 영풍·MBK 연합은 고려아연의 신규 이사 선임과 집행임원제 도입을 위한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한 바 있어, 이번 긴급 이사회에서 그 요청을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최 회장 측과 영풍·MBK 연합의 지분 차이는 약 3%포인트에 불과하며, 어느 쪽도 의결권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특히, 국민연금이 7.8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으며, 최근 공개석상에서 MBK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 임시 주총에서 영풍·MBK가 승산이 있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고려아연은 자사주 약 1.4%를 우리사주조합에 넘겨 의결권을 되살리는 방안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고려아연은 지난 5월 자기주식 취득 신탁 계약을 체결하고 자사주 28만9703주(약 1.4%)를 간접 보유하고 있는데, 해당 주식의 신탁 기간이 다음 달 8일 종료된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으나, 이 주식을 우리사주조합에 넘기면 의결권이 부활하므로, 최 회장 측이 지분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이 안건이 이사회에서 통과되면, 최 회장 측의 의결권 지분은 기존 34.05%에 베인캐피털이 추가로 확보한 1.41%와 이번 우리사주에 넘기는 자사주 1.4%를 더해 총 36.86%로 증가할 예정이다. 이 경우 영풍·MBK 연합의 지분 38.4%와의 격차가 1.5%포인트 이내로 좁혀지게 된다.
반면, MBK·영풍 측은 고려아연이 자사주를 우리사주조합에 넘길 경우 "회사에 피해를 안기는 행위"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MBK는 "자사주 1.4%는 28일 종가 기준으로 시가 3700억원에 달하며, 이는 고려아연의 연간 인건비 총액과 맞먹는다. 이사회에서 우리사주조합으로의 처분을 결의하면 최 회장을 보호하고자 회사에 막대한 부담을 주는 결정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MBK는 "법조계에서 우리사주조합에 자사주를 처분하는 것이 배임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며 "경영권 분쟁 시 안정 주주를 확보하기 위해 우리사주조합을 지원하는 것이 위법이라는 판례가 다수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각 계획을 믿고 고려아연 주식을 매수한 일반 투자자에게도 손해를 입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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