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아주경제신문이 건설업계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건설산업의 AI 활용에 대한 의견을 청취한 결과, 다수의 전문가들은 AI가 향후 건설 현장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건설업의 특성상 발주 단계부터 여러 업체가 참여하고, 사업 단계도 세분화된 만큼 AI를 적용할 분야가 다양하다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올해 39억3000만 달러(약 5조4200억원) 규모인 글로벌 건설분야 AI 시장은 2032년 226억8000만 달러(약 31조3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평균 성장률이 24.5%에 달할 전망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지난해 건설업계 종사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AI 관련 설문조사에서도 건설 업무에 AI 기술을 활용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49.5%, 없는 사람은 50.5%로 거의 동등한 비율을 보일 만큼 건설업계에서 AI 활용 비중은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다만 전문가들은 현재 건설업계의 AI 활용이 여러 분야에 파편적으로 적용되고 있어 산업 전체가 AI를 통해 재도약을 이루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산업 분야처럼 큰 성공사례가 없어 건설사들이 각각 AI 활용법을 고민하고 있고, 시너지 효과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김우영 위원은 "지금 건설사들의 AI 활용 사례를 보면 여러 분야에 걸쳐 있는데 이는 결국 아직 건설업계 AI 활용에 대한 기준이 없어서 나타나는 문제"라며 "AI를 생각하고 어디에 적용할지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각 회사 업무 프로세스와 사업 과정에 있어 '병목 현상'이 생기는 부분을 먼저 파악하고, AI 활용법을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건설업계의 AI 도입이 관련 인력과 비용, 기술력 등을 보유하고 있는 대형 건설사 위주로만 이뤄진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美 IAU 교수) 소장은 "중소 건설업체는 기술 도입을 위한 비용적 부담이 매우 크기 때문에 AI 활용이나 투자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건설업계가 AI를 충분히 활용하기 위해서는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건설업체도 AI를 도입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건설업계의 AI 활용이 더욱 확대되기 위해서는 교육 등 기반 마련과 인식 전환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은 "건설산업 종사자들이 AI 기술의 기본 개념부터 응용 방법까지 이해하고 폭 넓게 사용할 수 있도록 인식의 전환과 함께 교육과 훈련이 이뤄져야 한다"며 "기존 업무 프로세스와 조직 문화에 큰 변화를 초래하므로 변화된 프로세스와 기술에 대한 교육과 새로운 문화의 정착을 위한 지원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예를 들어 현재 정부가 BIM(건설정보모델링)을 의무화하는 것처럼 업계를 이끌어 가는 게 아니라 민간이 선두에 서고 정부가 지원하는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며 "사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 더 좋은 방안이 있으면 민간에서 찾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는 업계가 필요로 하는 부분, 규제완화 등에 지원해 민간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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