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부채비율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재무건전성 악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부채 관리를 권고했음에도 불구하고 부채비율은 최근 3년 사이 125%포인트 이상 급등했다. 증권사 재무 구조에 심각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24년 9월 말 기준 국내 증권사의 평균 부채비율은 659.8%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534.4% 대비 125.4%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부채비율은 부채총액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금융회사 재무건전성을 평가하는 데 중요한 지표로 활용된다.
2021년 586.9%였던 부채비율은 2022년 538.7%, 2023년 534.4%로 점차 감소세를 보이는 듯했으나 올해 들어 다시 급격히 상승했다. 금융당국이 2021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와 가계빚 급증을 우려하며 부채 관리를 주문했지만 상황은 오히려 악화됐다.
대형 증권사들 역시 부채비율 증가를 피하지 못했다. 국내 10대 증권사(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메리츠증권, 하나증권, 신한투자증권, 키움증권, 대신증권) 평균 부채비율은 768.4%로 전년보다 27.4% 증가했다.
일부 대형사 부채비율은 800%를 초과했다. 키움증권은 879.6%, 신한투자증권은 860.9%, 미래에셋증권은 841.0%, 메리츠증권은 819.0%, KB증권은 814.0%를 기록하며 높은 부채비율을 보였다. 대형사는 비교적 안정적인 자본 구조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채비율 상승 폭이 작지 않은 상황이다.
중소형 증권사의 부채비율 상승은 더 가파르다. 올해 부채비율이 금융당국의 경영개선권고 기준인 1100%를 초과한 증권사는 4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곳 늘었다.
해당 증권사들은 케이아이디비채권중개(3683.1%), KR투자증권(2346.1%), 리딩투자증권(1255.5%), 코리아에셋투자증권(1154.2%)으로 모두 중소형사들이다. 이들 회사의 재무건전성 악화는 증권가 전반에 신용위험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중소형 증권사는 대형사 대비 자본구조가 취약해 부채비율 증가에 따른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 특히 부동산 PF 등 고위험 사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점도 재무 구조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증권사들의 부채총액 증가세도 이어지고 있다. 2024년 9월 말 기준 부채총액은 679조9994억원으로 전년 대비 13.8%(82조5433억원) 증가했다. 앞서 2021년 579조4134억원, 2022년 589조4637억원, 2023년 597조4560억원 등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부채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는 부동산 PF 관련 대출 확대, 자금 조달 비용 증가, 대출 잔액 증가 등이 꼽힌다. 특히 금리 상승 기조 속에서 차입 비용이 높아진 상황에서도 부채 규모가 늘어난 점은 증권사들의 경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증권사들의 재무건전성이 지금보다 악화되면 금융당국의 점검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부채비율 상승과 관련해 모니터링 중”이라며 “상황이 악화되면 원인을 면밀히 분석하고, 리스크 관리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증권사들이 부채 의존도를 낮추고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고위험 자산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자기자본 비율을 늘리는 등 장기적인 재무구조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증권사 부채비율 급등은 투자자 신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부채비율이 높아지면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고 자금 조달 비용 증가와 함께 투자심리도 위축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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