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이 증액 없이 감액만 반영한 예산안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단독 처리한 가운데, 본회의 상정을 하루 앞두고 정쟁과 상관없이 다른 상임위원회에서 의결된 예산 증액까지 물거품이 될 위기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1일 “내일(2일) 본회의에서 감액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을 처리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감액 예산안이 여소야대 국면에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다면 정부는 내년에 감액된 예산만으로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 예산안은 법률안과 달리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다.
상임위 심사에서 증액된 예산들은 정쟁과 별개로 민생, 국가 산업 경쟁력 강화, 지역 발전과 관련이 있는 예산이다. 앞서 여성가족위원회에서는 딥페이크 성범죄 대응 예산이 52억2300만원, 양육비이행관리원 지원 사업이 26억7200만원 늘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야당이 '김건희 여사 예산'으로 지목한 개 식용 종식에 따른 폐업·전업 지원사업을 약 400억원 늘렸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는 신재생에너지 금융지원 사업(2000억원), 소상공인성장지원 예산(3450억원), 중소기업 모태조합출자 예산(1600억원) 등이 주요 증액 항목이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인공지능(AI) 연구용 컴퓨팅 지원 연구개발(R&D) 프로젝트 예산을 3217억원 증액했다.
환경노동위원회는 환경부 소관 예산에서 서울시와 경기 김포시의 노후 하수관로정비 사업에 약 1164억원, 경기도의 가축분뇨공공처리 시설 설치 지원에 약 411억을 각각 증액했다.
이처럼 상임위에서 증액된 예산뿐 아니라 민주당이 추진하는 중점 사업들에 대한 예산 증액도 무산될 상황이다.
민주당은 '이재명표 예산'으로 불리는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예산 증액과 고교무상교육 국비지원 예산 확보 등을 포기했다. 지역화폐 예산은 소관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민주당 주도로 2조원이 신규 반영됐던 예산이다.
감액안 통과 시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과 수도권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증액도 무산된다.
앞서 국토교통위원회는 호남고속철도건설 예산 277억원, 새만금 신공항 적기 건설을 위한 관련 공사 예산 100억원을 증액했다. 인천 및 수원발 KTX 운행을 위한 예산은 각각 70억원, 53억원을 증액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2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증액 없이 감액만 반영한 내년도 예산안을 단독으로 강행 처리했다. 예결위에서 통과된 예산안은 677조4000억원 규모의 정부 원안에서 4조1000억원이 삭감됐다.
구체적으로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 특수활동비(82억5100만원), 검찰 특정업무경비(506억9100만원)와 특활비(80억900만원), 감사원 특경비(45억원)와 특활비(15억원), 경찰 특활비(31억6000만원) 등이 전액 삭감됐다. 4조8000억원 규모인 정부 예비비는 2조4000억원이 감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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