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이 내년 1월 23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기로 결정하면서, MBK파트너스·영풍 연합과 최윤범 회장 간의 경영권 분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주주명부는 이달 20일에 폐쇄될 예정으로, 양측은 남은 기간 동안 의결권 확보를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이날 오후 이사회를 열고 임시 주총 개최를 의결했다. 이번 임시 주총에서는 MBK-영풍 연합이 제안한 '14명 이사 선임'과 '집행임원제 도입을 위한 정관 일부 개정' 안건이 상정될 예정이다.
여기에 최윤범 회장이 강조한 이사회의 독립성 강화 방안과 소액주주 의사 반영 및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추가 안건도 논의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와 관련된 세부 사항은 향후 열릴 추가 이사회에서 확정한다.
또한 해외 투자자와의 소통 강화를 위해 외국인 사외이사 및 기업설명회(IR) 전담 사외이사 임명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외에도 소액주주 권리 강화를 위한 다수결제도(MoM) 도입, 분기 배당 시행, 배당 기준일 사전 결정 등을 통해 주주가치와 신뢰를 높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최 회장이 이번 임시 주총 개최를 수용한 배경에는 법원이 영풍 측 요구를 받아들여 임시 주총 소집을 결정할 경우 주총 의장권이 MBK·영풍으로 넘어갈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전략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영풍 측은 지난달 법원 심문에서 1월 16일 이전에 주총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현재 MBK·영풍 연합은 고려아연 지분 39.83%를 보유하며, 최 회장 측(17.18%)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다. 우호 지분을 포함해도 최 회장 측 지분은 약 34%에 불과하다. MBK·영풍은 주가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소량의 주식을 꾸준히 매수하고 있으며, 지난달 공개매수 종료 이후 1.36%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했다.
최 회장 측 역시 최근 주식 매입에 나섰다. 최 회장의 모친인 유중근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를 비롯한 일가는 약 260억원을 투입해 주식을 매입했으며, 영풍정밀 또한 400억 원 규모의 장내 매수를 공시했다. 그러나 자금 여력의 한계와 일부 우호 세력의 지분 매각으로 어려움이 예상된다. 특히 고려아연이 최근 설립한 '사내근로복지기금'을 활용해 자사주 의결권을 되살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연금의 행보도 임시 주총 표 대결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고려아연 지분 7.48%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위탁운용사가 상당량을 매도한 것으로 알려져 현재는 3~4%를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연금이 한미사이언스 때처럼 중립을 유지하면 향후 경영권 분쟁은 MBK·영풍 측에 유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연금은 다음 달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를 열고 고려아연 의결권 행사 방향을 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MBK·영풍 측은 이번 임시 주총에 총 14명의 신규 기타비상무이사·사외이사 선임과 집행임원제 도입 안건을 올렸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최 회장 측 인사 12명, 영풍·MBK 측 인사 1명으로 구성돼 있다. 만약 14명의 신규 이사가 무더기로 선임되면 이사회는 영풍 측 인사 15명, 최 회장 측 인사 12명으로 재구성될 전망이다.
다만 MBK·영풍 측이 제안한 신규 이사들이 모두 선임될지는 미지수다. 현재 고려아연 정관에는 이사 수 제한에 관한 규정은 없지만, 과도한 이사 선임에 따른 경영 혼란으로 소액 주주와 투자자의 반발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사 선임은 주총 보통 결의 사항으로 발행 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 출석 주주의 과반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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