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비상 계엄 선포가 전 세계를 강타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과 유엔은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에 우려를 표시하면서 예의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한국 국회의 결의로 계엄이 해제된 것을 환영하면서도 이번 사태가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안보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3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령 선포를 철회하고 국회의 계엄령 해제 투표를 존중한 데 대해 안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NSC는 “민주주의는 한·미동맹의 기초이며 우리는 상황을 계속 주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백악관은 “미국은 비상계엄 선포를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는 계엄 시행을 둘러싼 한·미 간 조율은 없었다는 점을 공식 확인한 것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도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은 지난 24시간 동안 한국의 상황을 면밀히 주시해 왔다”며 “우리는 윤 대통령이 국회의 만장일치 해제 결의안 통과 이후 헌법에 따라 비상계엄령을 해제하겠다는 발표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또 블링컨은 “정치적 이견이 평화적이고 법치에 따라 해결되기를 계속 기대한다”며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과 민주주의 및 법치라는 공동의 원칙에 기반한 한·미동맹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계엄 등의 조치를 자제할 것을 우회적으로 언급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은 “우리는 중대한 우려를 갖고 최근 한국의 상황 전개를 주시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곳과 서울에서 모든 급의 한국 측 인사들과 관여를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과의 동맹이 철통 같으며, 그들의 불확실한 시기에 한국의 편에 서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며 “어떤 정치적 분쟁이든 평화적으로, 법치에 부합하게 해결될 것을 전적으로 희망하고 기대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부연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도 “어젯밤 계엄령이 내려진 이후 특별하고 중대한 관심을 갖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당초 이시바는 내년 1월 방한설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이날 “한국 방문은 아직 무엇도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다”며 유보적 자세를 보였다.
영국, 독일 등 유럽 주요국도 우려를 표시하며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유럽연합(EU)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한국에서의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독일 외교부는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한국에서의 상황을 큰 우려를 가지고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며 “민주주의는 승리해야 한다”고 적었다. 영국 정부 대변인 역시 “한국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영국 국민은 영국 정부의 여행 권고사항 업데이트를 살펴보고 현지 당국의 조언을 따르도록 권고한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도 우려를 표명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국영 인테르팍스 통신에 “한국의 계엄령 선포 이후 상황이 우려스러우며 우리는 이를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각국뿐 아니라 유엔도 한국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 역시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한국의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상황을 매우 면밀히 그리고 우려하면서 지켜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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