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내년 예산안과 세법 개정안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최대한 빨리 해소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여야 갈등 고조가 예산안 통과 지연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주 677조4000억원 규모의 정부안에서 4조1000억원을 감액한 예산안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에서 강행 처리했다. 대통령실을 비롯해 검찰·경찰 특수활동비 등이 삭감 대상에 포함되면서 정부·여당의 반발을 샀다.
야당은 여당과의 합의가 없더라도 10일로 예정된 본회의에서 감액 예산안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재명표 예산'으로 꼽히는 2조원 규모의 지역화폐 예산 등을 넣으려면 정부의 증액 동의가 필요한 만큼 현실화 여부는 미지수다.
준예산 편성 시 지난해 예산에 준하는 경비만 집행할 수 있어 신규 사업에 대한 예산 투입이 불가능해진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 중 의무지출 365조6000억원을 제외하고 나머지 311조8000억원에 대한 재량지출 집행이 어려워지는 탓이다.
내년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 경제적 불확실성이 더 커질 수밖에 없어 정부의 경기 대응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을 둘러싼 글로벌 패권 경쟁과 미·중 무역 분쟁 등도 예고된 상황이라 재정 역할이 축소될 경우 국내 산업계만 피해를 볼 수 있다.
최 부총리도 "반도체특별법 등 우리 기업의 경쟁력과 직결된 주요 법안들을 신속히 통과시켜 줄 것"을 국회에 요청했다.
이밖에 준예산이 편성되면 정부가 내년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해 신규로 추진하는 소상공인 맞춤형 지원, 농어민 소득 안정 사업 등도 직격탄을 맞게 된다. 경기 부진이 장기화해 취약계층 부담도 확대될 전망이다.
한편 야당의 감액 예산안이 그대로 시행된다면 내년 초부터 추경 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밖에 없다. 야당은 민생 예산 확보를 위해 추경 편성에 찬성하고 있지만 정부 측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일축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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