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대장주 비트코인이 사상 처음으로 10만 달러를 돌파하면서 향후 가격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내년 초 12만500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기대감과 함께 이미 가격이 급등한 만큼 조정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신중론이 상존하고 있다.
6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한국시간 5일 오전 11시36분께 10만 달러를 터치했고 이날 한때 10만4000달러에도 근접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달 21일 9만8000달러까지 가파르게 치솟은 뒤 잠시 숨고르기를 했지만, 차기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으로 '친(親)가상자산' 인사로 분류되는 폴 앳킨스 전 SEC 위원이 지명됐다는 소식에 상승 탄력을 받았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이날 "비트코인은 디지털일 뿐 금과 똑같다"고 언급한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취임 전 12만5000달러 가능성…내년 말엔 20만 달러"
시장에서는 비트코인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앞서 스탠더드차터드은행의 애널리스트 제프 켄드릭은 내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 전 12만5000달러 가능성이 있고, 내년 말까지 20만 달러도 가능할 것으로 봤다.
가상자산거래소 BTSE의 최고운영관리자(COO) 제프 메이는 "10만 달러 돌파는 단순한 이정표가 아니라 가상자산 업계에 핵심적 순간"이라며 "기관투자자 유입 덕분에 비트코인 가격이 더 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캐피털닷컴의 카일 로다 애널리스트도 추가 랠리를 점치면서 "연말께 비트코인이 100% 넘게 오른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의 비트코인 랠리에는 '친(親)비트코인 대통령이 되겠다'고 한 트럼프 당선인의 재집권에 따른 규제 완화 기대감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 의회 지형도 가상자산에 우호적으로 바뀌면서 관련 업계는 '가상자산 르네상스'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가상자산 상장지수펀드(ETF)로의 자금 유입과 비트코인 채굴량이 4년마다 절반씩 줄어드는 이른바 '반감기 효과'가 여전히 유효하고, 차기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가시화 이전 국가나 기업들이 비트코인 매수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비트코인=투기성 자산…'트럼프 트레이드' 약해지기 시작했다"
한편에서는 비트코인 가격의 추가 상승 가능성에 대한 신중론과 비트코인의 가치 자체에 대한 회의론도 여전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해 '닥터 둠'이라는 별명을 얻은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는 "비트코인은 극도로 변동성이 크다"며 "안정적인 자산 보존을 원한다면 이러한 자산을 멀리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미즈호증권의 오모리 쇼키 전략가도 "랠리가 영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수많은 호재가 이미 가격에 반영된 만큼 '트럼프 트레이드'가 약해지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내셔널호주은행(NAB)의 레이 애트릴은 "비트코인이 결국 투기성 자산"이라면서 "규제 완화 기대감과 유동성 등을 감안할 때 이 같은 랠리가 설명되긴 했지만 이제 너무 규모가 커진 상태여서 언젠가 시장의 위험 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증시가 조정받으면 시험대에 올라설 것"이라고 분석했다.
2022년 11월 발생한 대형 가상자산 거래소 FTX의 파산은 가상자산 업계의 불안정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한때 세계 코인거래소 3위였던 FTX는 유동성 위기로 순식간에 무너졌으며, 개인투자자들이 자산을 대거 인출하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1만5000달러대로 떨어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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