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 역내(이하 역내) 주요 도시의 부동산 시장이 회복 기대감으로 전환되고 있다. 아직은 거래 흐름, 자본 비율, 자산 가격 등 지표가 여전히 제자리처럼 보이지만 말이다. 분위기 전환의 계기는 지난 9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하였다. 미국 금리 인하는 전 세계는 물론 아시아 각국의 금리 인하를 선도하는 역할을 하면서 부동산 시장에 기대감을 불어넣고 있다. 내년도 역내 주요 도시의 부동산 시장 전망을 글로벌 부동산 전문연구단체인 ULI의 최근 조사자료 등을 바탕으로 정리해 본다.
국가별로 보면 부동산 시장의 상황은 다르다. 중국은 경기 침체와 부동산 과잉공급으로 외국인 투자가 줄어들고, 일본은 초저금리로 인해 외부 경제 요인과는 고립된 분위기다. 호주는 대출금리에 순응하는 자산 가격 인하가 진행되고 있다. 홍콩은 자산 가치가 크게 하락하면서 압류 건수가 증가하고 있으며, 한국 사정도 마찬가지다.
역내 자산 가격 재조정 추세가 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일부 서구 시장과 같은 수준의 가치 하락은 없을 전망이다. 이유는 일반적으로 역내 자산은 입주율이 높고, 미국의 유동화 비히클(투자수단)과는 달리 오랫동안 관계 은행에 의존해 온 점 등 때문이다.
지속 가능성과 탄소중립도 중요한 투자 의제 중 하나다. 건물의 전체 수명 주기, 특히 철골과 콘크리트 관련 배출량인 체화 탄소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저탄소 채택에 드는 높은 비용으로 인해 아직도 투자 우선순위에서는 밀리고 있다.
개별 자산군으로 보면 여전히 시각 차이가 존재한다. 오피스는 미국과 유럽 시장의 큰 손실 발생 영향으로 역내 오피스 자산에도 투자 관심이 줄었다. 호주를 제외한 역내 오피스 입주율과 순영업이익은 서구보다 높지만 매도와 매수의 기대치가 크게 달라 핵심 오피스 자산의 인수 후 수익률은 낮은 편이다. 이례적으로 높은 입주율을 기록하고 있는 서울은 예외적으로 양호한 임대료 성장률과 글로벌 펀드의 매수세가 강하다.
물류는 도시별로 현대식 창고의 공급이 부족해 투자는 강세 분위기다. 하지만 물류가 부족해 잘나가던 동남아 신흥 도시들도 수년간 가파른 성장 끝에 이제는 정점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팽배해 있다. 한국과 일본의 물류 시장은 경기 사이클상 하향으로 수요가 줄었고, 중국에서는 공급과잉이 크게 문제가 되고 있다. 도시에 따라 공급과잉, 높은 임대료, 소매·이커머스 판매 둔화, 투자 수익률 하락 등에 대한 우려가 혼재돼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공급과잉 우려로 인해 도심과 가까운 곳에 라스트마일(고객에게 최종 전달되는 단계) 물류 개발을 모색하고 있다.
소매 부동산은 수년간 가격이 하락한 이후 일부 시장에서 바닥을 쳤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온라인 쇼핑이 기존 소매 공간의 종말은 아니라는 인식도 커졌다. 일부 시장의 소매 업체들은 임대료 급락을 기회 삼아 다시 도심으로 회귀하고 있다.
생활 자산인 아파트는 역내에서 인기 있는 자산군이다. 경기 침체와 높은 주택 가격 때문에 구매보다는 임대 선호가 높아졌다. 투자자는 안정적 수입원과 물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쉽게 재설정할 수 있는 단기 임대를 많이 택한다. 중산층 이하를 대상으로 하는 적절한 가격의 주택 공급에서는 각국 정부의 직간접적인 지원이 매우 중요해졌다. 한편 인구통계학적 변화로 노인 주택과 학생기숙사 자산군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호텔은 코로나19 여행 제한으로 인한 타격에서 반등에 성공했다. 복수 여행 물결이 호텔 구매 물결과 함께 재작년 이미 정점에 도달했다. 일본 호텔 시장은 괜찮은 수익률로 기관 거래 흐름이 강하다. 엔화 약세, 국제 관광, 공급 최소화 등으로 외국 자본의 관심도 높아졌다. 특히 저금리를 활용하면서 개인투자자, 패밀리 오피스, 고액 순자산가 등이 주요 구매자가 되었다. 하지만 일본 내 많은 호텔은 만성적인 노동력 부족으로 만실 운영을 못하고 있다.
신경제 자산이 공급 부족으로 뜨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인공지능(AI) 수요 급증 덕분에 성장세다. 에너지 관련 자산도 에너지 생산·보관, 전력 그리드 등으로 인기가 높다. 전통적 부동산 신규 개발은 건설비 상승과 고금리로 인해 수요가 확실한 시장에서만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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