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이 전임 회장의 부당대출 여파 속에 ‘물갈이 인사’를 단행했다. 은행에 이어 비은행 부문도 큰 폭의 인사가 점쳐진다. 은행은 연초 내걸었던 올해 순이익 1등 목표 달성이 어려워진 한편 보험사 인수합병(M&A) 성사 여부도 불투명해지며 쇄신 차원에서 세대교체에 나선 모습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13일 비은행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대상은 올해 말 임기가 만료되는 우리카드, 우리금융캐피탈, 우리자산신탁, 우리금융에프앤아이, 우리신용정보, 우리펀드서비스 대표 등 총 6명이다. 다만 이들 외에도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부당대출 의혹과 얽혀 있는 인사를 중심으로 교체가 예상된다.
이날 우리은행은 먼저 조직 개편을 실시했다. 핵심은 ‘조직 슬림화’다. 우선 국내영업부문과 기업투자금융부문으로 나눠 그룹을 담당하던 방식을 폐지했다. 또 기존 부행장 중 절반인 11명이 퇴진했고, 정원을 23명에서 18명으로 줄였다. 금융지주도 임원 9명 중 3명을 교체했다. 경영지원부문과 브랜드부문에서 1970년대생 부서장을 상무급 임원으로 승진, 성장지원부문에 은행 본부장을 부사장으로 발탁했다.
최근 부당대출 여파로 은행, 비은행 사업 모두 제동이 걸린 상황에서 쇄신을 위한 대폭적인 인사가 불가피했다는 해석이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에게 400억원대 부당대출을 내준 혐의로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은 지난 10월 초부터 약 7주간 금융감독원의 정기검사를 받은 바 있다.
당장에 우리은행은 올해 시중은행 중 최대 당기순이익을 내겠다는 목표 달성이 어려워졌다. 지난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중 하나은행(3조4766억원)이 최대 규모를 기록했으며 우리은행은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 2조5244억원에 4분기 예상 순이익을 더해도 3조원에도 못 미치기 때문이다.
비은행 사업 계획도 불투명해졌다. 보험사 M&A는 무산 가능성마저 나온다. 우리금융은 5대 금융 중 유일하게 보험 계열사가 없는데, 종합금융그룹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하에 동양·ABL생명 인수를 추진 중이다. 다만 자회사 편입 승인 심사를 통과하려면 금융당국 경영실태평가에서 3등급을 넘어야 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현 경제 상황을 고려해 우리금융 경영실태평가가 담긴 정기검사 결과 발표를 내년 초로 연기했다. M&A 장기화로 불확실성이 높아진 한편 계약서상 인수 기한인 내년 8월까지 절차를 마치지 못하면 중국 다자보험과 거래가 깨질 수 있다. 인수 무산 시 우리금융은 매각가의 10%인 계약금 약 1500억원도 잃게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비상계엄령 이후 어떠한 상황도 예측하기 힘들어졌다"며 "정기검사 결과가 밀리면서 당국 입장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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