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의 손정의(孫正義·일본명 손 마사요시) 회장 겸 사장은 1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차기 정권 4년 동안 미국에 1000억 달러(약 143조6000억원)의 투자를 실행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 일본 언론은 17일, 손 회장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자택인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에서 트럼프 당선인과 회담한 뒤 공동기자 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전했다.
손 회장은 트럼프가 2016년 대선에서 승리한 직후인 같은 해 12월에도 트럼프와 회담하고 500억 달러(약 71조7600억원) 투자와 5만명 일자리 창출을 약속한 바 있다. 이번에는 이보다 2배 많은 규모의 투자를 공언한 것이다.
이번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손 회장은 “미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이 두 배로 늘었기 때문에 투자액도 두 배로 늘렸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이 자리에서 투자 내용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지만 닛케이는 “인공지능(AI) 개발용 데이터 센터 등 AI관련 투자가 중심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신문은 또 “투자는 소프트뱅크 그룹 본체 외에도 소프트 뱅크 산하의 ‘비전 펀드’와 자회사인 영국의 반도체 설계 업체 ‘Arm’ 등을 통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당선인은 회견에서 “소프트뱅크는 10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고 최소 10만개의 미국인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그(손 회장)는 대선 이후에 미국에 대해 매우 낙관적이기 때문에 이렇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또 손 회장이 자신의 첫 임기 때 50억 달러 투자계획을 발표했던 것에 대해 “(손 회장이) 그 약속을 지켰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손 회장에 대해 “위대한 지도자이자 투자자”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농담조로 손 회장에게 투자액을 2000억 달러(약 287조원)로 증액할 것을 즉시 요구하기도 했다.
앞서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는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선거 운동에 기부한 데 이어 최근 트럼프 취임식에 100만달러(약 14억원)를 기부하기로 했다.
또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11월에 트럼프 당선인과 저녁 식사를 함께 했고, 아마존닷컴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도 가까운 시일 내에 마르아라고를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식에 100만 달러를 내기로 했다. 이 밖에도 애플의 팀 쿡 CEO는 지난 13일 마러라고 리조트를 방문해 트럼프 당선인과 만찬 회동을 가졌다.
이에 대해 닛케이는 “미국 빅테크 업계에서는 ‘트럼프 숭배’가 잇따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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