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당국이 내년 기준금리 인하 '속도 조절'을 시사하자 원·달러 환율이 1450원 위로 치솟았다. 원화 자산가치 하락 우려도 높아지며 한국 증시 양대 지수가 2% 가까이 하락했다. 코스피에서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의 거센 매도세가 확대되며 계엄사태 이전 수준인 2500선 회복은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48.50포인트(1.95%) 내린 2435.93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57.88포인트(2.33%) 하락한 2426.55에 출발해 장중 하락분 일부를 되돌렸지만, 비상계엄 사태의 충격이 반영된 첫날인 4일보다 큰 낙폭을 보였다. 코스피 지수는 계엄 사태 이후 12거래일째 2500선을 밑돌고 있다.
코스피에서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이 4295억원, 5083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삼성전자(-3.28%), SK하이닉스(-4.63%), LG에너지솔루션(-2.49%), 삼성바이오로직스(-2.24%), 현대차(-2.08%), 셀트리온(-3.41%), 기아(-1.18%) 등 시가총액 상위주가 일제히 하락했다.
코스닥도 전 거래일 대비 13.21포인트(1.89%) 내린 684.36에 마감했다. 지수는 오전 한때 2.54% 하락하며 680선 아래로 밀려나기도 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200억원, 1138억원 순매도했다. 알테오젠(-3.54%), 에코프로비엠(-1.17%), HLB(-1.68%), 에코프로(-1.92%), 리가켐바이오(-7.13%) 등 시총 상위주들이 내렸다.
간밤 미 연준이 내년 추가 금리 인하를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환율이 급등해 2009년 3월 금융위기 이후 달러·원 환율이 처음으로 1450원을 넘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전 거래일보다 17.5원 오른 1453.0원에 개장했고, 주간 거래 종가 기준으로도 16.4원 오른 1451.9원에 마감했다. 계엄 사태 이후 급등한 환율에 대해 당국의 개입을 전제한 '저항선'으로 인식되던 1440원 선마저 훌쩍 넘겨, 원화 약세 압력이 오래 지속될 전망이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 후퇴와 미국 외 지역과의 금리차 축소가 지연될 가능성을 감안하면 내년 상반기까지 달러 지수의 견조한 흐름, 달러 강세와 맞물린 원화 약세 압력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원화 약세 압력은 곧 국내 증시 투자에 따른 원화 자산 가치 하락 부담으로 이어진다.
이수정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한국 주식은 자체 히스토리만 본다면 사야 하는 밸류에이션이지만, 위험 수준별 보상 면에서 핵심지 부동산, 가상자산, 미국 주식이 한국 주식 대비 우월하게 느껴진다"면서 "(투자자로서) 지금은 한국 주식 밸류에이션이 아무리 싸다고 해도 원화 추가 약세로 인한 환 손실 발생 가능성이 두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환율에 유리한 수출주로 매수세가 들어온다면 증시의 추가 하락 가능성은 낮게 평가된다. 하지만 한국 증시보다 기회비용 대비 기대수익이 높은 투자처로 움직이는 것이 합리적인 상황이다. 고환율 부담이 장기간 지속될수록 국내 증시의 반등을 기대하긴 어려울 수 있다.
이 연구원은 "환율이 안정돼야 한국 주식이 서울 부동산, 코인, 미국 주식과의 상대 매력도 격차를 좁히고 본격 반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