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 이후 차기 대권을 바라보는 국민의힘 잠룡들의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의 결과는 아직 알 수 없으나 차기 대권에 대비해 보수 지지층에 존재감을 각인시키기 위한 경쟁에 나선 모습이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권 유력 대권주자였던 한동훈 전 대표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대표직에서 물러난 가운데, 홍준표 대구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유승민 전 의원 등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홍준표 시장은 탄핵 국면에서 일관되게 '탄핵 반대' 목소리를 내며 핵심 지지층을 겨냥한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그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윤 대통령 혐의는 내란죄가 아닌 직권남용죄 정도"라며 "탄핵 찬성 전도사들은 당원권 정지 2년 정도는 해야 당의 기강이 잡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탄핵에 찬성한 일부 친한(한동훈)계를 강하게 비판한 것이다.
이어 홍 시장은 "좌파들의 집단광기가 진정되면 나라는 다시 정상화될 것"이라며 "아무리 그래도 대한민국 국민들이 범죄자, 난동범을 대통령으로 만들겠나"라고 민주당과 이 대표를 겨냥해 목소리를 높였다.
오세훈 시장은 윤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다가 막판에 찬성 입장으로 선회했다. 중도층과 수도권 민심을 고려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그는 지난 12일 자신의 SNS에서 "이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결단해야 한다"며 "윤 대통령이 탄핵소추를 통해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탄핵한 가결 이후에는 "지금은 편 가르기를 할 때가 아니다"라며 여당의 분열 양상을 경계했다.
민주당에 대해서는 오 시장 역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는 "계엄에는 반대하지만 '대통령 이재명'도 수용할 수 없는,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국민이 훨씬 많다"거나 "상왕 놀이에 심취한 이재명 한 명의 존재가 한국 경제와 정치의 최대 리스크"라고 말하는 등 야권을 향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홍·오 시장의 경우 이른바 '명태균 의혹'과 무관치 않다는 점이 리스크로 꼽힌다. 이에 대해 홍 시장은 전날 SNS에 "(명태균과) 전혀 관계가 없으니 아무 걱정할 것이 없다"고 명 씨와의 연관성을 강력히 부인했다. 오 시장 역시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명 씨에 대해 "두 번 만난 것이 기억난다"며 "그 이후 연락하거나 의견을 주고받을 일도 없었다"고 일축했다.
사태 초기부터 일찌감치 '헌법에 따른 탄핵'을 주장한 유승민 전 의원의 경우 여권에 자성과 쇄신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지난 16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지금 분열하면 우리 당은 끝장"이라며 "이대로 가다 가는 당이 정말 탄핵의 늪에 빠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전날에도 "이 당을 바꾸고자 하는 열망이 엄청 강하다"며 당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정치권에서는 대표직에서 물러난 이후 침묵을 이어가고 있는 한 전 대표의 재등판이 여권의 차기 대권 경쟁에서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윤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인용될 경우 한 전 대표가 해온 '탄핵 찬성' 주장이 재조명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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