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와 고금리 장기화로 주택은 물론 상가 및 토지 경매시장이 빠르게 식고 있다. 공실 장기화로 지난달 서울 상가 경매 평균 응찰자 수는 5년 6개월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전국 토지경매 역시 10년 만에 최다 건수를 돌파한 가운데 평균 응찰자는 집계 이후 역대 최저를 기록하며 침체 국면을 이어갔다.
26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11월 서울 내 상가 경매 평균 응찰자 수는 1.16명으로 2019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서울 상가 경매 낙찰률도 지난 7월 27%를 웃도는 등 6월부터 석 달간 20%대를 유지했으나, 9월에 13%를 기록하며 20%대 벽이 무너졌다. 10월과 11월에도 각각 12%대로 저조한 낙찰률을 유지 중이다.
연간 기준 낙찰률도 2012년 이후 1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 중이다. 서울 상가 낙찰률은 2022년 30.4%에서 지난해 20.5%까지 떨어진 이후 올해(1~11월)는 16.8%까지 하락했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누적 서울 상가 경매 진행건수도 약 2500건 수준으로, 2016년(2730여건) 이후 8년 만에 가장 많은 건수를 보였다.
서울의 경우, 최근 경매시장에서 수도권 다른 지역보다 침체로 인한 하락폭이 커지는 상황이다. 지난달 경매에 넘겨진 서울 내 전체 상업·업무시설은 총 516건이었다. 그러나 이 중 실제 낙찰에 이른 물건은 96건으로, 전체 낙찰률은 18.5%에 그쳤다. 이는 수도권 전체 평균 낙찰률(21.8%)은 물론 전국 평균 낙찰률(19.2%)보다 낮은 것이다.
상가 거래 전문인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의 A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업종을 가리지 않고 자영업자들이 줄폐업하면서 역세권에 있는 1층 대형상가까지 모조리 공실”이라며 “대출이자를 견디지 못하면서 물건이 최근 경매로 빠지고 있지만 경매시장에서도 물건이 나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엔 비교적 사정이 좋았던 아파트 단지 내 상가도 빠르게 업자들이 나가면서 최근까지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한국부동산원의 ‘상업용 부동산 임대동향조사’ 자료를 보면 전국 집합상가 공실률은 지난 3분기 기준 10.08%로 1년 전(9.38%)보다 0.7%포인트(p) 상승했다. 수도권의 경우 서울이 10.1%로 전국 평균보다 소폭 높았고, 경기와 인천은 각각 5.5%, 7.8%를 나타냈다. 경기 침체 영향뿐만 아니라 최근 이커머스 등 온라인 방식의 소비 형태가 빠르게 정착하면서 전통 상권이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영향으로 분석된다.
서울 외 수도권 역시 상가 공실률이 상승하면서 경매 물건이 시장에 적체되고 있지만, 수요자들이 이를 외면하면서 시장 위축이 심화되는 상황이다. 경기의 경우 지난 9월 20%를 상회했던 상가 낙찰률이 11월에는 17%로 3개월 연속 하락했다. 인천 역시 지난달 14.3%의 상가 낙찰률을 기록해, 전월(21.6%) 대비 7%p 이상 급락했다.
주택과 업무·상업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면서 토지 경매 시장도 빠르게 가라앉고 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에서 진행된 토지 경매진행 건수는 6000건을 훌쩍 넘어서며 적체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11월 전국 토지경매 진행 건수는 6515건으로 전월(5921건)보다 10%가 증가했다. 이는 2014년 12월(6738건) 이후 약 10년 만에 가장 많은 경매 건수다. 낙찰률과 평균 응찰자 수 등 관련 지표는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전국 토지 낙찰률은 전월(20.8%)보다 0.6%p 내린 20.2%로 집계 이후 가장 낮았다. 평균 응찰자 수도 역대 최저 수준인 1.9명으로 집계됐다. 낙찰가율(감정가격 대비 낙찰가율)은 전월(66.4%)에 비해 11.6%p 하락한 54.8%에 그쳤다.
경매업계 관계자는 “불확실성으로 부동산 자체에 대한 투자 심리가 줄면서 주택과 상업·업무시설 개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선행 지표인 토지경매도 소형 저가 매물 위주로만 매물이 소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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