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오는 20일 2기 행정부 수장으로 취임한다.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신봉자여서 매우 공격적이고도 보호주의적인 통상정책을 추진하고자 할 것이다. 당선자는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관세를 포함해 어떤 수단도 불사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당선자가 관심을 갖고 있는 미국의 통상 이익은 무엇일까? 당선자의 공약이나 그간의 발언에 비추어 보면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개선이 최우선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만성적인 무역적자국이기는 하지만 최근 10년간 그 규모가 계속 증가하여 2022년에는 상품수지 적자가 1조1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트럼프 당선자는 무역 적자 자체를 불공정한 것으로 인식한다. 게다가 WTO 최혜국대우(MFN) 관세 체제에 따르면 미국은 광범위한 상품에 대해 다른 대다수 WTO 회원국에 비해 낮은 관세율을 부과하는데, 당선자는 이러한 비대칭적인 수입 관세율로 인해 미국이 겪는 상품수지 적자에 대해 강한 불만을 갖고 있다. 실제 대선 기간 중 트럼프 당선자는 무역수지 적자 축소와 미국 내 제조업 일자리 보호를 위해 전 세계 수입품을 대상으로 현재 부과되고 있는 품목별 관세율에 10%의 보편관세를 그리고 미국에 대해 최대 무역흑자를 기록 중인 중국산 상품에 대해서는 최대 60%의 특별관세를 추가로 부과하는 계획을 수차례 언급하였다. 그런데 이들 관세 조치는 미국이 WTO 회원국으로서 가지는 관세양허 약속이라는 기본 의무에 대한 중대한 위반일 뿐만 아니라 대내외, 특히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도 작지 않다. 따라서 당선자가 취임 후 그러한 전면적인 관세 조치를 정말로 시행할지 아니면 협상용 칩으로 사용할지는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트럼프의 무역 고문인 무역강경론자 피터 나바로는 전면적 관세가 무역 파트너로 하여금 미국에 수출하는 상품 가격을 낮추지 않을 수 없게 할 것이라면서 이를 전폭 지지한다. 트럼프는 "'관세'는 사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고 언급하면서 스스로를 "관세 맨"이라고 칭한다. 또한 1974년 미 무역법 제122조는 미국의 대외 무역에 있어 국제수지 문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대통령에게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한다. 미 국제전략연구센터의 윌리엄 라인시는 미국의 무역적자 규모를 감안할 때 당선자가 취임 첫날 제122조에 근거한 전면 관세를 시행할 수 있다고 본다. 공화당이 양원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관세를 인상하기 위한 입법 조치도 가능할 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
이에 대해 최근 당선자의 내각 지명자들 및 특히 의회 의원들은 당선자가 약속한 전면 관세 대신 관세를 협상 전략용으로 사용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의견을 표명하고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멤버였던 밴 듀인은 “트럼프가 아직 대통령으로 취임도 하지 않았는데 이미 여러 국가 원수들이 찾아와 협상을 원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좋든 싫든, 사실 그가 무언가를 말하면 사람들이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그가 그것을 실행할 것이라는 것이 증명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를 방증하는 사례로 지난해 11월 EU 장관회의에서 유럽은 미국과의 새로운 무역 분쟁을 피하고 건설적인 관계를 유지하기로 합의하였는데 일부 장관들은 협력과 협상용 칩으로 미국에서 더 많은 액화 천연가스를 구매할 가능성을 강조했다. 다른 예로, 통상 이슈가 아님에도 지난해 11월 25일 트럼프 당선자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마약과 불법 외국인의 미국 유입을 막기 위해 캐나다와 멕시코의 모든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게시하자 다음 날 캐나다 부총리 크리스티아 프리랜드와 공공안전부 장관 도미닉 르블랑은 강력한 미국·캐나다 무역 관계의 이점을 강조하면서 중국에서 펜타닐이 수입되는 것을 막기 위한 공동 노력을 강조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하였다.
트럼프 2기는 공화당이 상·하원 모두 다수 의석을 차지하여 자신이 공약했던 통상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일 수 있어 트럼프 1기 때와는 차원이 다른 파고가 밀려올 수 있다. 그렇다면 트럼프 2기 통상 파고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먼저 우리가 트럼프의 무역수지 개선 대상 협상 후보가 될 것인지가 문제이다. 2024년 1~9월 우리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502억 달러로 7위이다. 1위 중국(2165억 달러), 2위 멕시코(1249억 달러), 3위 베트남(906억 달러)에 비해 적지만 최근 대미 무역수지 흑자 증가율이 높아 안심할 처지는 아니라고 보인다. 다음은 당선자가 우리에게 내밀 청구서의 내용이 무엇인지라는 문제이다. 일각에서는 한미 FTA 개정 가능성을 언급하는데 이 시점에서 미국이 1차 개정 협상 요구 시 가졌던 픽업 트럭과 같은 핵심 통상이익이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인 바 최우선 관심 사항으로는 디지털 무역에 있어 온라인 플랫폼 공정거래, 망 사용료와 관련된 우리의 국내 법안에 대해 비관세장벽으로 문제 삼으며 무역보복을 위협할 수 있다. 최근 당선자의 발언을 유추해 보면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이라는 전혀 통상 이슈가 아닌 것을 제안하고 이에 협조하지 않을 때 관세라는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한편 트럼프 당선자의 협상 방식과 관련하여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첫째, 트럼프는 미국의 이익이 다수결에 의해 결정되는 다자간 협상에 관심이 없고, 따라서 미국의 이익과 연관된 개별 국가와 양자 협상을 추구할 것이라는 점이다. 둘째, 트럼프의 협상 논거는 국제규범과의 합치성이 아닌 미국 이익과의 부합이 우선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베른트 랑게 유럽의회 위원장은 “트럼프가 발표된 관세 환상을 실행에 옮긴다면 EU도 이를 위해 방어적이고 규범에 기반한 보복 수단을 갖고 있다”고 공언하였는데 이는 EU가 가진 레버리지를 반영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우리는 EU와 같은 레버리지가 없는 만큼 규범 기반 대응도 준비는 하되 협력을 통한 이해 조정을 위한 준비를 해야만 할 것이다. 덴마크 외무부 장관인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은 "트럼프가 자신의 사람들을 임명하는 것은 그에게 달려 있고 따라서 그가 누구를 임명하든 우리는 그와 협력할 것이며, 바라건대 긍정적인 방식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말한 점이 주목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통상정책 측면에서 볼 때 예측 불가능하고 격동적인 시기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제 더 이상 연임이 없는 트럼프로서는 취임 초부터 자신의 정책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우리의 대응 역시 신속하게 준비해야만 할 것이다.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법학박사 △한국공정무역법학회 이사 △산업연구원 감사실장 △산업연구원 국제산업협력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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