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에도 여야가 한목소리를 내는 사안이 있다. 합성니코틴 규제 필요성이다. 하지만 정치권 혼란이 계속되면서 입법 공백이 길어지고 있다. 이 경우 세금 회피·청소년 흡연 접근성 확대와 같은 사회 문제 역시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달 27일 담배사업법 개정안 공청회를 열고 합성니코틴을 담배로 규제해야 할지에 대한 의견을 공유했다. 앞서 담배업계는 12·3 비상계엄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등으로 정국이 요동치면서 공청회가 무기한 연기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청소년 보호·조세 형평성 측면에서 여야가 공감대를 이루면서 공청회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합성니코틴은 현행법상 담배에 포함되지 않아 각종 규제와 과세 대상에 빠져 있는 상태다.
공청회에서 한국전자액상안전협회는 "합성니코틴은 금연보조제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흡연자들이 덜 해로운 니코틴을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을 박탈하는 것"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합성 니코틴 제품을 출시한 BAT로스만스도 합성 니코틴 규제에는 찬성하고 있어 규제 도입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정치 불확실성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계엄 후폭풍에 따른 정치 이슈에 집중하고 있는 데다 소관부처인 기획재정부 역시 최상목 부총리 겸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직하면서 합성니코틴 규제는 우선 순위에서 밀리는 분위기다.
이때문에 최근 합성 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를 출시한 글로벌 담배회사 브리티시 아메리칸 토바코(BAT)가 규제 공백에 따른 ‘어부지리’ 효과를 얻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담배사업법상 담배는 연초의 잎을 원료로 포함한 것만 인정된다. 화학물질로 만든 합성 니코틴 담배는 법적으로 담배가 아니라 규제 대상이 아니다.
세금이나 부담금이 부과되지 않아 연초나 궐련형전자담배보다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고, 온라인 판매뿐 아니라 유통사별 할인이나 '1+1' 등 판매 촉진 행사도 가능하다. 청소년에게 판매해도 처벌 규정이 없고 일반 담배처럼 경고문구와 그림을 붙이지 않아도 된다.
이때문에 담배업계 및 시민단체 등에서는 합성 니코틴 담배 규제 대책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합성니코틴은 현행 담배사업법 규제 공백으로 인해 세금 회피하는 수단이자 청소년 흡연 노출 등 각종 사회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지난달 관련 공청회가 진행된 만큼 조속하고 합당한 규제 도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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