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반도체법(Chips Act) 운명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차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암흑에 쌓였다.
반도체법은 미국 내 반도체 산업 육성을 기치로 제정됐으며 삼성전자·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도 이 법에 따라 보조금을 받기로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18일(현지시간) 새 정부에서 미국의 산업 정책을 이끌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지명자는 반도체법 지속 의사를 내비쳤다고 전했다. 앞서 대선 전 트럼프 당선인은 반도체법에 대해 "너무 나쁘다"면서 보조금 대신 관세가 더 나은 해법일 수 있다고도 밝힌 바 있다.
러몬도 현 상무장관은 최근 직원 모임에서 '러트닉 지명자가 자신에게 이 계획에 전념하고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말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다만 미 상무부와 트럼프 정권 인수위 측은 블룸버그의 논평 요청에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블룸버그는 반도체법은 미 의회에서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지만, 공화당 측은 반도체법 가운데 환경 요건이나 노동 친화적 규제 등 이른바 '사회적' 조항들을 없애고 싶어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보조금 수혜 기업들과 재협상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되며, 정부효율부(DOGE) 공동 수장으로 지명된 비벡 라마스와미는 바이든 행정부 임기 막판에 줄줄이 확정된 보조금에 대해 다시 들여다보겠다고 한 상태다.
바이든 행정부 인사들은 확정된 지원안은 변경 불가라는 입장이지만, 반도체법에 따른 실제 보조금 지급이 차기 행정부에서 이뤄지고 법 해석 상으로도 변경 여지가 있는 만큼 수혜 기업들로서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소식통들은 수혜 기업들이 조건을 어길 경우 정부가 보조금 환수를 포함한 광범위한 구제책을 취할 수 있다면서 이러한 조치는 서류 제출 기한을 놓치는 등 사소한 사안 때문에 촉발될 수 있다고 전했다.
반도체법은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들에 반도체 생산 보조금 390억 달러(약 56조9000억원), 연구개발(R&D) 지원금 132억 달러(약 19조2000억원) 등 5년간 총 527억 달러(약 76조9000억원)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기업들과 구속력 있는 계약을 통해 직접 보조금의 85% 이상을 확정했으며, 이를 통해 4000억 달러(약 583조8000억원) 이상의 기업 투자 계획을 끌어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상당수 작업은 여전히 마무리되지 않았고 삼성전자·인텔 등 주요 수혜기업의 업황 부진도 불안 요인으로 거론된다.
미 상무부는 지난달 반도체법에 따라 삼성전자에 47억4500만 달러(약 6조9000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최종 발표했는데, 당초 예비거래각서(PMT) 때보다 약 26% 줄어든 금액이다. 삼성전자의 텍사스주 투자 규모 축소 등이 영향을 끼쳤다는 평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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