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시장 급성장에 따른 고대역폭메모리(HBM) 판매 확대 수혜가 올해도 지속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HBM 매출이 전년 대비 10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며 수익성이 확보된 HBM, DDR5 등 제품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이익 창출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낸 SK하이닉스의 1등 공신은 단연 HBM이다. HBM 공급 확대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지난해 HBM 매출은 전년과 비교해 4.5배 이상 증가했고, 4분기 HBM 매출은 전체 D램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23일 지난해 4분기·연간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올해도 HBM 매출이 지난해보다 100% 이상 성장하는 등 수요가 견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날 김우현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올해부터 생성형 AI 기반 서비스와 AI 에이전트 출시가 확대되고 추론 기술 중요성이 커지면서 고성능 컴퓨팅에 필수적인 HBM과 고용량 서버 D램 수요도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이미 일부 고객사와 2026년 HBM 공급물량 논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김 부사장은 “올해 상반기 중 내년 물량 대부분에 대해 가시성을 확보하겠다”며 “HBM의 높은 투자비용을 고려해 선제적으로 고객 물량을 확보하는 장기계약 구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시장에서도 HBM에 대한 수요는 지속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에 따르면 HBM 시장 규모가 올해는 380억 달러(약 55조원)에 이르고 내년에는 580억 달러(약 83조원)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엔비디아에 이어 구글, 아마존, 메타 등도 AI 칩을 자체 개발하기로 하면서 다른 빅테크 기업들의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SK하이닉스의 연간 영업이익이 10조원 정도가 늘어난 33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고부가 중심 수요가 SK하이닉스의 HBM 시장 주도권을 더욱 견고하게 할 것”이라며 “올해도 역대 최대치 실적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다만 SK하이닉스는 일반 D램 시장은 완만한 조정기를 거칠 것으로 봤다. HBM을 제외한 D램의 경우 주요 응용처의 수요 둔화, 중국 업체의 공급 확대로 작년 하반기부터 제품 가격의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 또 낸드도 지난 하강 국면 때보다는 완만한 조정기를 거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HBM과 DDR5 제품 수요에 집중하고, DDR4와 LPDDR4 수요는 줄여가면서 재고를 건전화할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김 부사장은 “전체 서버 D램 시장은 한 자릿수 후반 성장하고, 응용처 수요를 종합하면 올해 D램 수요는 10% 중후반, 낸드는 10% 초반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SK하이닉스는 올해 투자 중 대부분을 HBM과 인프라에 집중한다. 김 부사장은 “HBM4는 12단 제품을 시작으로 하고 이후 16단 제품은 고객 요구 시점에 맞춰 공급할 예정으로 내년 하반기를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HBM4에는 처음으로 대만 TSMC가 로직(베이스) 다이를 제조하며, 이를 위해 원팀 체계를 구축해 협업을 진행 중이다.
이어 회사 측은 “올해 투자 규모는 고객과 이미 협의한 물량 공급을 위한 HBM 투자와 미래 성장 인프라 확보를 위한 M15X, 용인 팹(fab·반도체 생산공장) 건설로 작년 투자금 대비 다소 증가할 것”이라며 “인프라 투자가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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