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피아니스트 정진우 서울대 명예교수가 26일 별세했다. 향년 97세.
유족에 따르면 정 교수는 이날 정오께 세상을 떠났다.
1928년 평양에서 태어난 고인은 어린 시절부터 피아노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나 아버지의 반대로 1945년 평양의학전문학교에, 월남해서는 경성의학전문학교(현재 서울대 의과대학)에 입학하며 의사의 길을 걸었다. 1950년 발발한 6·25 전쟁에는 군의관으로 참여했다. 이때 동상에 걸려 발가락이 절단되는 부상을 입었다.
1959년 귀국해서는 서울대 음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는 1993년 정년 퇴임할 때까지 음대 교수로 재직하며 수많은 제자를 길러냈다. 김석 경희대 명예교수를 비롯해 신수정 서울대 음대 명예교수, 김용배 추계예대 교수, 강충모 등 한국 클래식계를 이끈 피아니스트들이 그의 제자다. 그의 아흔번째 생일을 맞아 90명의 제자가 꾸미는 음악회가 열리기도 했다.
고인은 후학 양성 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했다. 한국쇼팽협회, 한국베토벤협회를 창립했고 발행인으로 월간 '피아노음악' 잡지를 만들었다. 러시아, 스페인, 일본, 대만 등 외국의 유수 콩쿠르 심사위원으로 위촉돼 한국 음악계를 세계에 알리는 데에도 기여했다.
고인은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20년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으로 선정됐으며 서울시 문화상, 대한민국 문화훈장, 성정예술인상 등도 받았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다. 발인은 28일, 장지는 국립서울현충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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