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지난해 휘발유·경유 수출량 사상 최대...일본 2위로

원유도입량 중 수출량 비중 52.5% '기록'

에쓰오일 공장 전경. [사진=DL이앤씨]

지난해 정유업계가 수출한 휘발유와 경유의 물량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일 대한석유협회(KPA)에 따르면 2024년 SK에너지, GS칼텍스, S-OIL, 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사가 수출한 휘발유는 1억1189만배럴, 경유는 2억166만배럴이다. 이는 석유 수출 통계가 작성된 1992년 이후 가장 높은 실적을 기록한 것이다.

휘발유와 경유 수출 신기록에 힘입어 전체 석유제품 수출은 전년 대비 4.8% 증가한 4억9045만배럴을 기록, 2018년에 이어 역대 2위를 차지했다. 이는 상암 월드컵구장을 대략 33번 가득 채울 수 있는 물량이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수입한 원유의 52.5%를 정제하여 수출한 것으로, 수출 비중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석유제품 수출액은 수출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2.9% 감소한 451억7000만달러(약 61조6100억원)로 집계됐다.

대한석유협회는 휘발유와 경유 수출량 최대치 기록이 지난해 글로벌 정제마진 약세로 경영 여건이 악화된 상황에서, 국내 정유사가 경질석유 제품 수출 확대를 통해 돌파구를 모색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휘발유와 경유 외에도 고부가가치 제품인 항공유의 수출량도 3% 증가한 8826만 배럴에 달했다.

제품별 수출량 비중으로는 경유가 41.1%로 가장 높았고, 뒤이어 휘발유(22.8%), 항공유(18.0%), 나프타(8.1%) 순이었다. 휘발유 수출은 전년 대비 12.1% 늘어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한 가운데, 일본으로의 수출량은 33% 급증했다. 일본은 탈탄소화 및 에너지 절약을 위한 조치로 10년 전 정유공장을 통폐합하여 정제 능력과 연료 생산이 감소했는데, 지난해에는 엔저 현상에 따른 해외 관광객 급증으로 휘발유와 항공유 부족 사태를 겪었다.

국가별 수출량은 호주(18%), 일본(12.9%), 싱가포르(12.5%), 미국(8.8%), 중국(8.7%) 순으로, 일본은 싱가포르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호주는 2022년 이후 3년 연속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으로, 경유를 가장 많이 수출하고 있다. 이는 호주 정부가 에너지 안보를 위해 7억8000만리터의 경유 저장시설을 확충하고, 2024년 하반기부터 석유 수입업자에 대한 의무 비축 일수를 28일에서 32일로 확대·강화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올해는 글로벌 경제의 불안정성이 높아져 석유제품 수출 환경도 어려울 것”이라며 “정유업계는 정제 경쟁력을 기반으로 수출국 다변화와 고부가가치 제품 수출에 주력해 석유제품 수출의 질을 더욱 높여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