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 라면 수출액이 1조810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달성한 가운데 올해도 첫 달부터 기록을 갈아 치우며 연 수출 2조원 시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지난달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놓은 관세 정책 등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4일 한국무역통계진흥원(TRASS)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 라면 수출 금액은 1억750만달러(한화 약 1571억원)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8575만 달러)과 비교했을 때 25.3% 증가한 셈이다. 중량으로 따지면 라면 수출량은 2만1223t에서 2만6919t으로 약 27% 늘었다.
한국 라면은 10년째 최대 수출 실적을 경신할 만큼 K-푸드 수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라면 수출액은 12억4845만 달러(한화 약 1조8100억원)였다. 전년 대비 31.1% 증가한 규모로 사상 최대치다. 이는 수출만 포함한 것으로 라면기업이 현지 공장에서 생산해 판매한 물량을 더하면 해외 사업 규모는 더욱 커진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미국의 신장세가 눈에 띈다. 미국 수출액은 2억1561만 달러로 전년 대비 70.3% 급증했다. 네덜란드와 중국도 각각 50.1%, 20.9% 늘었다.
이를 바탕으로 라면업계는 올해 미국과 유럽, 중국 등을 중심으로 K라면 영토 확장에 속도를 낸다는 전략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보편 관세 정책이 등장하면서 청신호가 적신호로 바뀔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간 우리나라는 미국 간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K-푸드를 미국에 무관세로 수출해 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한 대로 보편관세(10~20%)가 부과된다면 업계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특히 미국 내 한국 라면 수요가 급증하면서 관련업체들은 트럼프의 관세 압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일(현지시간) 캐나다·멕시코·중국에 대한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트럼프발(發) 관세 리스크가 현실화되고 있다.
라면 업계 주요 3사(농심·오뚜기·삼양식품) 중에서는 삼양식품이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삼양식품은 '불닭' 시리즈를 앞세워 미국 시장 점유율을 매년 크게 늘려왔기 때문이다. 삼양식품 미국 매출을 보면 △2022년 4800만 달러(약 689억원) △2023년 1억2200만 달러(약 1753억원) △지난해 3분기 누적 1억9000만 달러(약 2730억원)로 매년 증가세다.
그렇다 보니 수출 시장 다변화 등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신설한 유럽법인을 중심으로 유럽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올해 5월 밀양 제2공장이 완공되면 불닭볶음면 생산 능력이 늘어 글로벌 수요 증가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LA에 1·2 공장을 갖춘 농심 역시 올해 유럽 법인을 세워 해외 매출 비중을 확대할 방침이다. 오뚜기는 할랄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오뚜기는 지난해 베트남에서 무이(MUI) 할랄 인증을 받은 데 이어 올해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할랄 시장에서 신규 패키지로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갈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따른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동시에 수출 다변화에 나서는 등 유연하게 대응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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