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주도했던 삼성전자가 점차 입지를 잃어가는 모습이다. 고객사 엔비디아 측 요구를 충족하지 못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밀렸고, 중국산 저가 메모리 공세까지 대내외적인 악재가 겹친 탓이다. 지난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이 같은 위기 속에서도 삼성전자는 올해를 반전의 원년으로 삼고 경쟁력 회복을 위한 전략 재정비에 나설 계획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15조1200억원으로 SK하이닉스(23조4673억원)와 8조원 넘는 격차를 내면서 처음으로 추월을 허용했다. 시장에서는 올해 삼성전자 실적 전망도 낙관적이지 않다고 보고 있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낮아진 눈높이를 하회하면서 우려는 1분기까지 연장될 것”이라며 “단기 실적 우려가 재차 부각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딥시크 충격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인공지능(AI) 반도체에 대해 대중 수출 제재를 강화할 것”이라며 “중국에 대한 HBM 판매 비중이 높고, 미국 고객용 HBM 판매는 대부분 재설계 제품 출시 이후를 기약해야 하는 삼성전자에 불리한 상황”이라고 봤다.
삼성전자 역시 올 상반기 반도체 시장 약세를 예상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중장기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을 세우고 있다. 특히 고용량·고사양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경쟁력을 다시 강화할 계획이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후 콘퍼런스 콜에서 “레거시 메모리의 공정 라인 운영을 최적화하고,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환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HBM 5세대 제품인 HBM3E 개선 제품을 올해 1분기 말부터 주요 고객사에 공급할 예정이고, 6세대인 HBM4는 올해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제시했다. 아울러 레거시 메모리는 지난해 30% 초반에서 올해 한 자릿수 수준으로 매출 비중을 축소한다.
특히 올해 HBM3E 개선 제품 공급 확대에 집중할 계획이다. 김 부사장은 “(HBM3E) 개선 제품의 가시적 공급 증가는 2분기부터 본격화할 전망”이라며 “수요에 맞춰 램프업해 올해 전체 비트 공급량을 2배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차세대 제품인 HBM3E 16단, HBM4 역시 고객사와 협의해 거래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 경쟁력 회복도 시급한 과제다. 삼성전자와 TSMC 간 점유율 격차는 작년 2분기 50.8%포인트까지 확대됐다. 기술 경쟁력과 수율(양품 비율) 문제, 주요 고객사 이탈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AI 칩의 전력 효율과 성능 고도화가 지속 요구되면서 주요 빅테크의 2나노 공정 채택이 빨라지고 있는 만큼 2나노 이하 첨단 공정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신임 파운드리사업부장으로 선임된 한진만 사장도 최우선 과제로 2나노 공정 생산 확대를 꼽기도 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2나노에서는 대부분 파운드리가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경험이 있는 삼성전자에 유리할 것”이라며 “(삼성전자는) 2나노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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