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확해진 한화 승계구도...3남 김동선, 미래 먹거리 'HBM 반도체 장비' 이끈다

대표 부재 위기 극복 위해 한화세미텍 미래비전총괄 취임

SK하이닉스 TC본더 공급에 총력...하이브리드 본더 공동 연구개발도

한화 장남 화학·방산, 차남 금융·보험, 삼남 호텔·요식업·반도체 구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지난해 10월 김동선 부사장과 함께 한화세미텍을 방문해 연구개발 상황을 점검하고 직원들을 격려했다. [사진=한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삼남인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한화갤러리아·한화비전 미래비전총괄 부사장이 한화그룹 반도체 장비 계열사인 한화정밀기계의 미래비전총괄로 취임했다. 이와 함께 한화정밀기계는 반도체 장비 전문회사라는 의미에서 사명을 ‘한화세미텍’으로 변경한다. 한화세미텍이 갑작스러운 대표 부재에도 SK하이닉스·마이크론에 반도체 후공정 장비를 공급하는 성과를 내기 위해 오너가 직접 경영을 이끌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한화세미텍은 10일 미래 비전 달성과 글로벌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러한 인사와 사명 변경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세미텍은 반도체(세미컨덕터)와 기술(테크놀러지)을 결합한 합성어로, 첨단기술로 종합 반도체 제조 솔루션 기업이 되겠다는 의지가 담긴 이름이다.

한화세미텍은 과거 삼성테크윈(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이었던 시절부터 표면실장, 후공정, 공작기계 등 다양한 반도체 제작 장비를 만들며 40여 년간 기술 노하우를 축적한 바 있다. 이를 토대로 현재 HBM(고대역폭메모리) 제조에 필수인 TC본더와 차세대 HBM 패키징 기술인 하이브리드 본딩에 필요한 하이브리드 본더 장비 연구개발과 납품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화그룹은 반도체 장비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해 10월 삼성전자, 램리서치, 원익IPS 등에서 수석엔지니어와 연구개발 부문장 등을 맡은 바 있는 김재현 한화푸드테크 기술총괄을 영입해 지난 1월 한화세미텍 대표로 내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 총괄이 이전에 근무한 기업에서 동종업계 이직 금지 관련 문제를 제기함에 따라 올해 10월까지 대표직을 수행할 수 없게 됐다. 결국 한화그룹은 이달 초 안순홍 한화비전 대표가 당분간 자회사 한화세미텍 대표를 겸직하는 인사를 냈다.

이번 인사로 김동선 부사장은 안 대표와 같이 한화세미텍을 무보수로 이끌며 대표 부재라는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SK하이닉스와 진행 중인 TC본더 퀄테스트(품질검증)를 통과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퀄테스트 통과에 성공하면 올 상반기 중 수백억원대 TC본더 장비를 SK하이닉스에 공급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2021년부터 SK하이닉스와 공동 연구개발을 진행 중인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에도 집중해 내년부터 열릴 24단 적층 HBM 시대에 대비할 계획이다.

재계에선 이번 인사로 한화그룹의 승계구도가 명확해졌다고 평가한다. 장남 김동관 부회장이 화학·방산, 차남 김동원 사장이 금융·보험을 이끄는 가운데 김동선 부사장이 이끄는 호텔·요식업은 사업 규모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한화그룹 차원에서 아워홈 인수 등 대형 인수합병을 진행하고 지난해 4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인공지능 보안과 반도체 장비를 하는 한화비전과 한화세미텍을 인적분할해 김 부사장에게 맡김으로써 밸런스를 맞췄다.

김 부사장은 "앞으로 한화가 나아갈 방향성과 의지를 새 이름에 담았다”면서 “끊임없는 연구개발 투자를 통해 이뤄낸 혁신 기술을 바탕으로 반도체 제조 시장 판도를 바꿔놓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