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A양의 아버지 B씨는 당일 경찰의 유족 수사를 마친 뒤 딸이 있는 응급실로 돌아와 취재진에게 "저번 주부터 아이가 미술학원에 다녀서 오후 4시 40분까지 학교에 있는 유일한 아이였다"며 "애가 혼자 있었던 것을 알았을 것이고, 흉기 또한 직접 챙겨온 것으로 계획범죄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아이 휴대폰에 자녀 보호 기능 어플을 깔아서 전화를 안 해도 실시간으로 휴대폰 주위에 있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 실종이 의심된 오후 4시 50분쯤부터 휴대폰 주변 소리에서 아이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여성의 거친 숨소리와 서랍과 가방 지퍼를 여는 소리가 들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학교 선생님들은 교실에서 불과 20m의 시청각실에 아이가 있다는 것을 1시간 동안 찾지 못했고, 해당 어플에서 아이 휴대폰 위치는 계속 학교였으나, 경찰에서는 주변 아파트 단지에서 신호가 감지됐다며 그곳을 수색한 것도 아쉽다"고 했다.
교직원들도 응급실을 찾아와 눈물을 흘렸다. 이에 한 유족은 "학생이 학교에서 죽는 게 말이 돼? 니들 다 어디 있었어!", "애 하나 지키지도 못하고 여기가 어디라고 와. 눈앞에 띄지 마"라며 이들을 강하게 밀쳐내기도 했다. 특히 A양의 어머니는 A양의 시신이 응급실에서 장례식장으로 갈 때 온 몸으로 흐느끼며 오열하기도 했다.
앞서 대전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10일 오후 6시께 대전 서구 관저동 한 초등학교 건물 2층 시청각실에서 흉기에 찔린 A양과 이 학교 여교사 40대가 발견됐다.
발견 당시 A양은 어깨와 얼굴·손 등에 심한 상처를 입은 채 심정지 상태였고, 옆에 있던 교사는 목과 팔을 흉기에 찔렸지만 의식이 있었다. 119 대원들은 의식이 없는 A양을 병원으로 옮겼지만 숨졌다.
경찰은 여교사가 범행 후 자해한 것으로 보고, 사건 발생 직후 해당 교사를 용의자로 두고 수사를 벌여왔다.
조사를 받던 여교사는 이날 오후 9시께 자신의 범행을 시인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정교사 신분인 해당 교사가 우울증 등의 문제로 휴직했다가 작년 말 복직한 것으로 파악했다.
복직 후 교과전담 교사를 맡은 여교사는 1학년생인 숨진 학생과는 평소 관계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수술을 마치고 건강을 회복하는 대로 B교사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 동기와 경위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대전시교육청은 이날 오후 늦게 대책회의를 열고 사건이 발생한 학교에 대해 긴급 휴업 결정을 내렸다.
해당 학교는 겨울방학을 마치고 지난주 개학해 나머지 학사 일정을 진행해왔다. 예정대로라면 오는 14일 봄방학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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