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기업가치 제고(밸류업)를 위해서는 글로벌 업황 영향을 받는 수출 기업도 밸류업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금융당국의 투자자 유입과 재정당국의 세제 지원에 더해 업종 특성과 환경을 고려한 다각적인 범정부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3일 아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이같이 말하며 "밸류업 정책은 단순히 금융당국에서 진행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면서 "정책을 범정부적으로 확대해 진행할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밸류업 정책은 올해 들어 각 금융기관별로 각자 방식으로 분담해 확장해가고 있다. 금융당국은 '자본시장 선진화'라는 이름으로 기업 공시 강화, 상장 제도 개선 등을 통해 근본적으로 증권시장을 뜯어 고치겠다고 선언했다.
한국거래소는 기업의 밸류업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우수기업 표창 등 지원책을 내놨고 금융투자협회는 퇴직연금 수익률 증대와 세제 합리화를 통한 장기 투자 활성화를 주요 어젠다로 내세우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 센터장은 경기 사이클을 타는 수출 기업이 많은 한국 특성상 금융 정책 지원뿐 아니라 산업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박 센터장은 "금융주와 달리 비금융주, 즉 제조업체들은 밸류업 정책에 반응하지 않았다"며 "제조업 등 수출주는 글로벌 경기에 따라 기업 매출과 이익이 증가하고 감소해 (밸류업 참여 기업이 강조하는)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심이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어 "한국 기업이 압도적인 기술 경쟁력을 갖춰 글로벌 경제에서 부침 없이 제값을 받으면 상관이 없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않다"며 "글로벌 경기에 따라 가격 영향이 있어 수출 업종에는 밸류업 효과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수출 기업 위주인 우리나라 특성상 밸류업 공시를 지속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기업은 금융주를 제외하고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이 박 센터장 시각이다.
박 센터장은 "일본을 모방한다고 하지만 내수 기업 위주에 기술 경쟁력이 높은 일본과 산업 구조적으로 차이가 있다"며 "현 구도로 간다면 10년 동안 해도 일본만큼 성과는 내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더욱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산업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박 센터장은 "밸류업을 자본시장이 아닌 '국가 정책'으로 봐야 한다"며 "기업 경쟁력 강화라는 관점에서 확장적으로 밸류업 프로그램을 재해석해서 꾸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내달 12일부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에 수입되는 철강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대상국에는 한국도 포함돼 있다.
그는 "미국도 현재 인플레이션을 계속 겪고 있어 관세 정책을 길게 가져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관세 확정 전에 정부는 협상을 통해 기업들이 더는 피해를 보지 않도록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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