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뷰] '악화일로' 건설업 살릴 특단의 대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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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미 기자
입력 2025-02-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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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미 건설부동산부 차장

악화일로(惡化一路). 최근 건설산업을 바라보면 절로 나오는 소리다. 주택 분양도, 건설고용 현황도 신통찮다. 건설업계 상황도 마찬가지다.

국토교통부는 매달 주택통계를 발표한다. 최근 주택통계에서 이목이 쏠린 것은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 수다. 국토부 '2024년 12월 주택통계'를 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173가구로 전달 6만5146가구보다 7.7%(5027가구) 늘었다.

특히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총 2만1480가구로 불과 한 달 만에 15.2%(2836가구)나 급증했다. 월별로 보면 2023년 8월부터 17개월 연속 증가세다. 특히 2014년 7월 이후 10년 5개월 만에 악성 미분양 물량이 2만가구를 넘어섰다. 지역별로 보면 지방이 전체 중 80%인 1만7229가구에 달했다.

악성 미분양은 건설사의 존립을 위협하는 악재다.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늘면 공사비를 제때 받지 못해 자금 유동성이 악화하고 도산 위기에 몰릴 수 있어서다. 

실제 악성 미분양이 많은 지방에서는 건설사 부도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부도가 난 건설업체는 모두 29곳으로 2019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86%에 해당하는 25곳이 지방 건설사였다. 아파트 브랜드 '오투그란데'로 알려진 전북 지역 시공능력평가 4위 중견 건설사인 제일건설, 부산 시공능력평가 7위 중견 건설사인 신태양건설 등이 미분양에 따른 경영난 끝에 부도 처리됐다. 올해 초엔 전국 시공능력평가 103위이자 경남 2위 업체인 대저건설이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건설사들이 잇따라 문을 닫으면서 분양 물량도 점점 줄고 있다. 부동산R114 자료에 따르면 전국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의 올해 분양 계획 물량은 10만7612가구에 그친다. 지난해 15만5892가구 대비 69% 수준으로 1년 사이 5만가구가량 줄어든 것이다. 앞서 분양 물량이 가장 적었던 2017년 17만2670가구보다 적은 것으로,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역대 최소 규모다. 

신축 공사가 줄면서 일자리 상황도 나빠졌다. 통계청 '1월 고용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는 2787만8000명으로 1년 전보다 13만5000명 증가했다. 반면 건설업 취업자는 건설경기 불황으로 9개월 연속 쪼그라들었다. 올해 1월 건설업에 취업한 사람은 모두 192만1000명으로 1년 사이 16만9000명 급감했다. 2013년 통계 개편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위기를 느낀 정부는 지난주 1분기 중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7조원과 공공기관 투자 17조원을 신속 집행해 건설경기를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주에는 관계 부처가 모여 민생경제점검회의를 열고 건설경기 부양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건설업계는 이 같은 악순환 고리를 끊어내려면 정부 지원책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을 망설이게 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한시 완화와 중소 건설사 자금 압박을 가중해 온 책임준공 확약 제도 개선, 늘어나는 미분양 주택에 관한 세제 혜택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새로 내놓을 대책에는 기존 정책의 재탕·삼탕이 아닌 건설시장에 훈풍을 불어넣고 재건을 이끌 실효성 있는 내용이 담기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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