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종전 논의를 위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곧 만날 수 있다고 16일(현지시간) 밝혔다. 미·러 대표단이 오는 18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종전안 도출을 위한 실무 협상을 가질 예정인 가운데 이르면 이달 말 미·러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전쟁 당사자인 우크라이나가 협상에서 배제되는 듯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우크라이나와 유럽 각국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 팜비치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푸틴 대통령과 만나는 시점에 대해 “시간을 정하지는 않았지만 곧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푸틴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잇따라 통화하고 본격적인 종전 협상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또 푸틴 대통령과의 첫 회동 장소가 사우디가 될 것이라고 했는데, 미·러 정상회담이 예상보다 이른 시일 내 현실화할 것임을 언급한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양국 대표단 논의 이후 이르면 이달 말 미·러 정상회담 개최 기반이 마련될 계획이라고 내다봤다.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스티브 위트코프 백악관 중동특사는 이날 밤 러시아 측과의 회담을 위해 사우디 방문길에 올랐다. 이들은 현재 중동 지역을 방문 중인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과 합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2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과 러시아 당국자들의 회담이 18일에 열린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 관리들에게 부활절인 4월 20일까지 휴전에 합의하고 싶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러시아와의 협상에 우크라이나가 참여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종전 협상 참여 여부에 대해 “그도 관여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어느 시점에 어떻게 협상에 참여할지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왈츠 보좌관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직접 대화를 시작했고, 앞으로 몇주 동안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우리는 적절한 시기에 (당사자) 모두를 한자리에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의 서방 동맹인 유럽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종전 여부를 오로지 푸틴 대통령과 담판 지으려 하는 모습을 보이자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미 NBC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해 그 누구도 푸틴 대통령을 믿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날에는 평화 협상에 자국과 유럽이 참여해야 한다고도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7일 유럽 주요국 정상들을 초청해 비공식 긴급회의를 열기로 했다.
이를 의식한 듯 트럼프 행정부는 유럽 달래기에 나섰다. 루비오 장관은 16일 미 CBS 인터뷰에서 “진짜 협상에 도달하면 우크라이나가 포함돼야 할 것이고, 유럽이 포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우리는 아직 그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미국 측의 ‘우크라이나·유럽 패싱’ 우려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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