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으로 치닫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새우등' 터지는 영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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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경 기자
입력 2025-02-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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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 회장, 영풍정밀 통해 영풍 '집중투표제' 도입 속도

  • 영풍, 경영권 분쟁 '장기전'에 경쟁력 훼손 우려↑

고려아연 CI·영풍 CI 사진각사
고려아연 CI·영풍 CI. [사진=각사]
고려아연 경영권을 둘러싼 최윤범 회장과 MBK파트너스 간 갈등의 불똥이 영풍으로 옮겨붙고 있다. 다음 달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MBK와 영풍의 경영권 장악 시도가 거세지자, 최 회장 측도 영풍 이사회를 장악하는 방식으로 역공에 나선 탓이다. 양측의 지분 싸움으로 자칫 영풍의 기업 경쟁력까지 훼손될 수 있단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영풍정밀이 영풍 측에 적극 요구하고 있는 주총 개최 시 집중투표제 도입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영풍정밀은 최윤범 회장 일가가 지배하는 고려아연 계열사로, 영풍 지분 3.59%를 보유 중이다. 영풍정밀은 지난 3일 영풍 측에 △집중투표제 도입 △현물 배당 허용을 위한 정관 변경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분리 선임 등을 주주 제안한 데 이어 18일에는 법원에 영풍을 상대로 의안 상정 가처분 신청까지 제기했다.

최 회장은 영풍정밀을 통한 영풍 이사회 진입을 계획 중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영풍에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최 회장 측 인사가 영풍 이사회에 포함될 수 있는 길이 생긴다. 집중투표제란 주총에서 선임되는 이사 수만큼 주주에게 의결권을 부여하는 방식을 뜻한다.

현재 영풍 이사회는 장형진 영풍 고문 측이 50%가 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최 회장 측이 이사 한 명에게 표를 몰아줄 경우 소수 인원이 영풍 이사회에 진입할 수도 있다.

업계는 영풍의 집중투표제 도입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은 주주별로 최대 3%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3% 룰'이 적용된다. 이 경우 최 회장과 장 고문 측 의결권은 기존 15.15%와 52.65%에서 각각 12%대와 13%대로 변경된다.

영풍 지분 3% 이상을 보유한 행동주의펀드 머스트자산운용까지 집중투표제 도입 가능성을 열어둔 터라 최 회장 측에 충분히 승산 있는 싸움이라는 평가다.

다만 재계에서는 영풍의 집중투표제 도입과 관련해 부정적 기류가 감지된다. 경영권 수성 혹은 공격 수단으로서 집중투표제가 가진 리스크가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집중투표제는 소액주주 권리 강화라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지만, 동시에 이사회에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려 단기 이익을 노리는 외국계 투기 자본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

더욱이 영풍은 지난해부터 MBK와 함께 고려아연 인수합병에 집중하는 와중에 실적도 악화되는 중이다. 주력인 비철금속 제련사업 부진과 석포제련소 조업 정지 등으로 지난해 2600억원이 넘는 당기순손실을 냈다.

올해 실적 전망도 밝지 않다. 영풍 석포제련소는 정부의 행정처분에 따라 오는 26일부터 4월 25일까지 58일간 조업이 정지돼 4개월가량 정상 가동이 어렵다. 이런 가운데 집중투표제까지 도입되면 경영 정상화를 위한 정확하고 신속한 판단이 이뤄질 수 없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집중투표제는 특정 세력의 단합을 위해 활용되거나 지배 권력의 변동을 일으키는 데 활용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며 "통상 기업은 대주주가 이끌어 가는 방식인데 대주주 권한이 작아지면 경영 정상화를 위한 적극적인 투자나 관련 방안을 마련하는 데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영풍 측은 영풍정밀의 주주 제안 수용 여부에 대해 "절차에 따라 검토 중"이라고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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