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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인공지능(AI)과 로봇을 융합한 ‘피지컬 AI’ 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지만, 한국 로봇산업은 정부의 미흡한 지원 속에 역성장 국면에 진입할 위기에 처했다.
24일 한국로봇산업협회가 발표한 ‘2024년 한국 로봇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한국의 로봇산업 매출 연평균 성장률(CAGR)은 3.26%에 그쳤다. 설상가상으로 올해는 역성장이 예상된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국과 비교하면 성장률이 4분의 1수준에도 못 미친다.
로봇산업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한국 로봇산업은 2021년부터 정체기에 들어섰다. 2023년 기준, 로봇산업 종사 인력은 3만3839명으로 전년 대비 1% 증가하는 데 그쳤으며, 같은 기간 사업체 수는 0.96% 증가에 머물렀다.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기업 수는 79개로, 전년 대비 4개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개인서비스용 로봇 시장은 역성장으로 돌아섰다. 2023년 개인서비스용 로봇 매출은 4313억원으로, 전년 대비 2.1% 감소했다. 가장 큰 시장인 제조업용 로봇 매출은 0.5% 소폭 증가했지만, 수출은 0.9% 감소해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부터 역성장에 돌입한 제조업용 로봇시장과 개인서비스용 로봇시장의 매출 성장률을 기반으로 분석한 결과, 올해 한국 로봇산업 매출은 2023년(5조9805억원) 대비 약 7% 감소한 5조5000억원대로 전망된다.
한국 로봇산업의 역성장 배경으로는 부진한 정부 지원 정책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통계청의 ‘로봇 관련 연구개발 실적’에 따르면, 2019년 2849억원에 달했던 정부 연구개발(R&D) 지원금은 2023년 2047억원으로 28.15% 줄었다.
한국과 달리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국은 로봇산업 육성에 막대한 정부 예산을 투입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은 2023년 기준 1조8700억원 의 정부 예산을 로봇산업에 투입했다. 일본은 같은 기간 45조원 규모의 R&D 예산 중 상당액을 로봇산업에 배정했다.
중국은 2021년부터 올해까지 총 18조원의 로봇 분야 예산을 집행할 계획이다. 이는 한국보다 18배 많은 연간 3조6000억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미국의 로봇산업 CAGR은 약 12% 수준인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은 2021년부터 2028년까지 12.3%의 CAGR을 기록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2015년부터 2023년까지 산업용 로봇 판매량의 CAGR이 20.7%에 달하며, 같은 기간 지능형 서비스 로봇 시장 CAGR은 27.9%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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