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의 잇(IT)스토리] 여전히 활개치는 불법 웹툰…"저작권 침해에 징벌적 손배 도입해야"

웹툰 불법복제물 이용률 20%로 높아…지난해 피해규모 4465억원

정부, 3배 증액 배상제도 도입 및 양형기준 상향 등 검토

웹툰 관련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부와 기업이 불법 웹툰 및 웹소설 단속 강화에 나섰지만, 추적이 어려운 해외 서버를 활용해 교묘하게 단속망을 피해가는 등 불법 유통이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업계는 불법 유통 근절을 위해선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과 같은 강력한 법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7일 한국저작권보호원에서 발간한 '저작권 보호 연차보고서(2024년 기준)'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웹툰 분야 불법복제물을 이용하는 비율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판분야 불법복제물 이용률은 2022년 16.4%에서 2024년 14.1%로 크게 하락했으나, 웹툰 불법복제물 이용률은 2022년 21.5%, 2023년 20.4%, 2024년 20%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또 웹툰 분야의 지난해 해외 한류콘텐츠 불법유통량은 2억9700만개로, 전년(2억3900만개) 대비 24.2% 증가했다. 

웹툰 업계가 불법 유통을 근절하기 위해 강력한 법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지난 2018년 국내 최대 불법 웹툰 공유사이트 '밤토끼'가 폐쇄되고, 지난해 웬툰·웹소설 불법 유통 사이트 '아지툰'과 '아지툰소설' 운영자를 검거하는 등 단속을 강화했으나, 불법 유통량과 피해 규모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4 웹툰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웹툰 산업의 불법 복제로 인한 피해 규모는 약 4465억원으로 전년 대비 533억원(13.6%) 증가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불법 유통 차단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 카카오엔터는 불법 유통 전담 조직 '피콕'을 설립해 자사 유통 작품을 중심으로 불법물 단속 프로세스를 가동 중이다. 최근 피콕이 발간한 '6차 불법 유통 대응 백서'를 통해 지난해 하반기에 웹툰, 웹소설 등 불법 유통물 2억4000만여건을 차단했다. 1~6차 백서 누적 차단 건수는 총 7억4000여만건에 달한다. 네이버웹툰 역시 지난 2017년부터 자체 개발 기술인 '툰레이더'를 활용해 불법 복제 웹툰을 차단해왔다. 네이버웹툰 자체 집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툰레이더로 보호한 지식재산권의 가치는 연간 약 2억달러(약 28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업계는 기업 차원의 대응만으로는 불법 유통을 근절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특히 현재 저작권 침해에 대한 처벌 수위가 낮아 실질적인 억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저작권 침해 사건의 경우 침해액이 소액인 경우가 많아 실질적 배상이 어렵다는 것이다. 

박전성 카카오엔터테인먼트 IP법무팀장은 "불법 유통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저작권 침해 행위를 심각한 범죄로 인식될 수 있도록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현재 논의 중인 법제도를 조속히 정비해 형사처벌 수위 강화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해외 침해 대응을 강화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제도적 지원도 필요하다. 박 팀장은 "글로벌 불법 사이트 운영자에 대한 현지 법적 대응은 민간 기업과 창작자 개인 역량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정부 차원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소송 절차 지원 및 비용 부담 완화를 위한 제도적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응해 정부는 불법복제 근절을 위해 강력한 법적 대응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저작권 침해 행위에 대한 양형 기준 상향 등 처벌 강화를 추진하고, 배상액을 손해액의 3배 범위까지 증액해 산정할 수 있도록 3배 증액배상제도 도입을 검토 중이다. 해외 저작권 권리자 보호를 위해 중국, 베트남, 필리핀, 태국 등 4개의 해외 사무소를 운영 중인데, 최근 K-콘텐츠 소비가 증가하고 있는 미주와 유럽으로 확대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