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 석 달이 지난 시점에서 개인투자자 투자심리는 미국 상장지수펀드(ETF)에 몰렸고, 기관투자자는 주로 한국 ETF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률 측면에서는 기관투자자가 판정승을 거뒀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비상계엄 선포 당일인 지난해 12월3일부터 이날까지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매수한 종목은 ‘TIGER 미국 S&P500’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개인투자자는 8971억원 가량을 순매수했고 가격은 1.11% 올랐다. 해당 ETF는 미국 증시에 상장한 시가총액 상위 500개 기업으로 구성된 미국 대표지수인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에 투자한다.
이외에도 KODEX 미국S&P500(6위, 3939억원 순매수), TIGER 미국나스닥100(8위, 3608억원 순매수), KODEX 미국나스닥100(9위, 3266억원 순매수) 등의 종목을 많이 매수했다. 계엄 이후 한국 증시 변동성이 우려되는 상황 속에서 안정적인 미국 주식에 투자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종목들은 각각 1.39%, 1.40%, 1.49% 올랐다.
반면 기관투자자들은 지난해 12월 3일 이후 TIGER MSCI Korea TR를 가장 많이 순매수(6877억원)했다. 해당 종목은 국내 중‧대형주 주가 관련 지수를 기초로 하는 ETF다. 또한 코스닥 지수를 추종하는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3위 3665억원)에도 많은 자금을 투입했다.
기관은 저평가된 국내 주식이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개인과 외국인 자금 이탈에 한국 증시가 급락하지 않도록 가격 방어에 힘을 쏟았다는 견해도 있다.
다만 이날 한국 증시가 3% 넘게 폭락하며 수익의 상당 부분을 반납했다. 코스피가 폭락하면서 TIGER MSCI Korea TR도 3.34% 하락했다.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는 8.23% 빠졌다.
계엄 이후 전 거래일까지 TIGER MSCI Korea TR은 5% 넘게 올랐었는데 이날 급락으로 계엄 이후 수익률은 1.79%까지 떨어졌다. 이 기간 25%가량 올랐던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는 14.26%까지 수익률이 하락했다.
이날 한국 증시 급락의 주요 요인은 미국발 관세 정책에 따른 경기 불안 심화로 분석된다. 지난 26일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산 수입품에 대한 25% 추가 관세 인상 부과를 발표했으며 이어 27일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기존 추가 관세에 더해 새롭게 10% 추가 관세 부과 계획을 알렸다. 엔비디아 폭락으로 인한 반도체주 하락도 이날 증시 급락에 영향을 미쳤다.
우지연 DS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는 이전과 달리 관세에 대한 내성이 약화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차주부터 미국 정부의 관세 협상 이벤트가 도래하는 만큼 당분간 변동성 확대에 주의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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