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체육관광부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예술단체 통합을 둔 ‘졸속 추진’ 논란에 이어, 문체부가 대한출판문화협회의 예산을 2년 연속 전액 삭감한 배경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 과정에 김건희 여사의 영향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며 논란이 더욱 확산하는 모습이다.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 회장은 5일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2024년에 문체부의 국고보조금은 0원이었다. 2025년도에도 출협에 대한 문체부의 국고보조금은 0원이다”라며 “모든 행사에 대한 (문체부의) 지원은 10원 한 푼도 없다”고 말했다.
서울국제도서전 지원 예산도 6억7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줄었다. 윤 회장은 “이는 제가 수사 중이기에 벌어진 일”이라며 “2023년 8월 문체부의 고발에 의해서 서울경찰청의 수사를 받는 중”이라고 말했다.
2023년 7월, 박보균 당시 문체부 장관이 간담회에서 “출협의 회계처리를 들여다본 결과 서울국제도서전의 수익금 상세 내역 누락 등 한심한 탈선 행태가 발견됐다”고 주장하며, 이와 관련한 문체부와 출협의 갈등은 시작됐다. 문체부는 출협이 2018년부터 5년간 보조금 정산 과정에서 수익금의 상세 내역을 단 한 차례도 출판진흥원에 제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출협은 “문화체육관광부의 담당자가 원하는 바에 따라, 공개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공개해 왔다”라며 반박했다.
갈등은 법적 다툼으로 번졌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윤 회장은 “박보균 전 장관이 출협이 특정 세력과 카르텔을 맺고 있다며 기자간담회를 열어 저를 성토해, 저도 반론을 제기했다”며 “그로부터 1년 7개월이 지났지만, 사건은 아직도 종결되지 않은 채 저와 대한출판협회를 수사 중인 상태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현재 최종 처분을 검토 중이다. 앞서 담당 수사 경찰이 무혐의 결론을 내리고 상부에 보고했지만, 상부의 요청으로 문체부의 고소 내용을 다시 검토해 보충 의견을 제출한 상황이다.
문체부의 이러한 행동 뒤에는 김건희 여사의 의중이 자리한 것 아니냐는 게 출판계 시선이다. 특히 논란이 불거진 해인 2023년 6월, 서울국제도서전 개막식에 일부 문화계 인사들은 ‘블랙리스트’ 사태 가담 의혹이 있는 오정희 작가를 홍보대사로 위촉한 데 반발하며 단상 진입을 시도했다. 당시 개막식에는 김 여사가 참석한 상황으로, 문화계 인사들과 대통령실 경호원들 간 충돌이 발생했다.
윤 회장은 “당시 전병극 제1차관은 출협이 블랙리스트 반대 단체들과 공동으로 모의해서 김건희 영부인이 왔을 때 (시위를) 지휘했다고 판단했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또한 “김 여사는 도서전 시작도 전에 전시를 관람하는 황제 관람을 한 것은 물론이고, 개막식 전날에는 ‘VIP가 기분 나쁠 것 같다’며 이런저런 것을 바꿔 달라는 (김여사 측의) 요구가 있었다”고 회상했다.
다만, 이와 관련해 문체부는 국고보조금의 규정상 수익금을 재정산하고 환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감사원에 관련 제보가 들어온 것이 2021년 5월이었다. 현정부가 들어오기 전"이라며 "제보를 바탕으로 감사원에서 재정산했다. 저희에게 보고가 안 된 수익금이 있었고, 수익금 반환요청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 관계자는 "지난해 서울국제도서전 행사에서 6억7000만원을 각 출판사에 지급했다"며 "예산 전액 삭감은 출협의 입장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한 관련 예산이 올해 2억원으로 줄어든 것과 관련해 "문체위 상임위에서 증액으로 의결됐지만, 예결위에서 감액으로 의결되면서 증액이 반영되지 못했다"며 "앞으로도 재정당국이나 국회에 증액의 필요성을 설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 회장은 문체부가 ‘효율’을 언급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에는 각종 문화예술단체를 합쳐서 효율을 높이고 문체부 승인받은 예산으로 각종 단체를 꾸려가겠다는 게 문체부의 입장”이라며 “문체부가 정책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목소리를 높일수록 민주행정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극단적으로 파시스트들이 하는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현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는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었다”며 “이는 흔적 없이 사라졌다”고 강조했다.
한편, 문체부의 국립예술단체 통합 추진과 관련해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민예총 등 문화예술 단체 4곳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체부가 문화예술계 논의나 공론화 과정 없이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회에서도 질타가 이어졌다. 강유정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열린 문체위 전체회의에서 “장관이 사의를 표명할 정도의 상황에서 구조적 변화는 손대서는 안 된다”며 “2000년 국립중앙극장 전속 단체였던 4개 단체 독립을 법인화할 때 통합 관리하면 개별 예술단의 전문성이 약화하고 특성화에도 한계가 있다는 이유를 들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5년이 지난 현재 거꾸로 가고 있다”며 “다섯 개 국립예술단체를 통합해서 26년 전 모델로 돌아가겠다는 것이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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