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업계에 따르면 HMM은 SK해운의 원유운반선(탱커), LPG선, 벌크선 사업부 인수에 나선다. 최근 SK해운의 최대 주주 한앤컴퍼니와 자문사 모건스탠리는 HMM을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HMM은 이달 중순까지 SK해운에 대한 실사를 진행한 뒤 최종 인수 여부를 결정한다.
지난 2018년 한앤코에 인수된 SK해운은 한앤코가 보유하고 있던 선사 에이치라인해운과의 시너지를 내며 사세 확장을 해왔다. 하지만 이후 해운업 변동성에 따른 실적악화를 경험하며 기업공개(IPO)와 매각 모두 한차례 무산된 바 있다.
SK해운의 2023년 말 기준 부채 총액은 5조8073억원에 이른다. 한앤코에 인수되던 해 연말보다 10.9% 더 늘어난 액수다. 부채비율 역시 475.4%로 해운업을 포함한 코스피 상장 운송·창고업 종목 기업들의 평균인 114.6%와 비교해도 상당한 수치다.
컨테이너선은 컨테이너를 통해 가구, 가전, 자동차, 반제품 등 건조화물을 실어 나르는 대형 선박을 뜻한다. 대부분 정해진 항로를 따라 주기적으로 운항하는 정기선이다.
HMM은 컨테이너 사업 매출 비중이 85%에 이른다. 문제는 컨테이너선은 시장 상황에 따라 운임 변동 폭이 크다는 점이다. 화물 수요가 줄면 운임이 감소하고 화물 수요가 늘면 운임이 증가하는 구조인 셈이다.
실제 HMM이 지난해 역대 3번째로 높은 호실적 달성 배경에는 '낙관적인 해운 시황'이 자리하고 있다. 작년 한해 홍해 사태 등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미국과 중국 간 컨테이너선 물동량이 크게 늘었고, 물동량 증가로 인한 해상 운임 상승은 곧 컨테이너선사들의 실적 상승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최근 컨테이너선 시황은 도널드 트럼프발(發) 관세 장벽 등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업계에는 해상운임 하락세가 지속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있다. 관세가 높아지면 자연스레 글로벌 물동량이 줄어들고, 이에 따라 해상운임 또한 낮아질 수밖에 없어서다.
이에 HMM은 SK해운 인수를 통한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략을 세우고 있다. SK해운 인수를 통해 컨테이너선에 집중된 포트폴리오를 개선하겠단 의지다. 시장에서는 HMM이 이번 SK해운 인수에 성공할 경우 웻벌크, 드라이벌크 등으로 사업 다각화를 할 수 있다고 보고있다.
특히 벌크선 확대에 집중한다. 벌크선은 곡물 ·광석 ·석탄 등 포장하지 않은 화물을 적재할 수 있는 화물전용선을 뜻한다. 컨테이너선과 달리 장기 운송 계약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이익을 내며 해운업 불황기에 효자 역할을 한다. 앞서 HMM은 오는 2030년까지 벌크선을 현재 대비 약 3배인 110척까지 늘릴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다만 SK해운 인수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민영화가 시급한 HMM이 SK해운까지 인수하게 되면 경쟁력은 강화될지라도, 높아진 기업가치로 인해 경영권 매각에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LNG사업부가 빠진 SK해운 인수는 매물 자체의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LNG운반선은 현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원유 및 가스 증산 계획 발표로 인해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벌크선은 중국의 내수 경기 악화 등으로 인해 수요를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HMM이 SK해운을 부분 인수할 경우에 HMM 몸값은 20조원까지 커져 매각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며 "더욱이 현재 벌크선 시황도 악화되고 있어 SK해운 인수보다도 HMM 자체 매각에 속도 내는 것이 경쟁력 강화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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