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현지시간)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발효하며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전쟁을 선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엔 아일랜드를 겨냥하고 나섰다. 그는 아일랜드가 낮은 세제를 내세워 미국의 제약기업들을 모두 빼앗아갔다고 비판했다.
AP통신, 블룸버그 등 외신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아일랜드의 축일인 성 패트릭 데이를 기념해 이날 백악관에서 미할 마틴 아일랜드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졌다. 그는 이 자리에서 "아일랜드는 매우 영리했기 때문에 우리는 아일랜드에 엄청난 무역적자를 보고 있다"며 "그들은 자신들이 무얼하고 있는지 모르는 대통령들로부터 우리의 제약회사들을 빼앗아 갔다. 그런 일이 일어난 것은 매우 유감이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제약업체들이 아일랜드로 진출할 당시 자신이 대통령이었다면 아일랜드에 200%의 관세를 부과해서 그것을 멈췄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일랜드의 표준 법인세율은 12.5%로 낮은 편인데다, 순영업손실이 발생했을 경우 1년 소급 반영 혹은 향후 이연 반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실질세율은 그보다 더 낮다는 평가이다. 또한 2021년부터는 대형 다국적 기업들에 15%의 글로벌 최저한세를 도입했지만 각종 보조금 및 영어권 국가라는 장점에 힘입어 제약업체들을 비롯해 많은 미국 기업들이 주요 유럽 진출 거점으로 삼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일랜드가 낮은 세제로 투자를 유치한 것은 옳은 선택이었다며 미국 역시 투자 유치를 위해 그와 비슷한 정책을 추진 중이라고 언급했다.
마틴 총리는 이에 대해 무역이라는 것은 "양방 통행"이라며, 아일랜드의 2개 주요 항공사 역시 보잉으로부터 다른 어떠한 비(非) 미국 항공사보다 많은 항공기를 구입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아울러 700개 이상의 아일랜드 기업들이 미국에 진출해 있다며 "이는 통계에는 잘 나타나지 않는 수치"라고 덧붙였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과 마틴 총리는 작년에 애플 아일랜드 법인이 EU법원으로부터 거액의 벌금을 부과받은 것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앞서 작년 9월 EU 최고 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ECJ)는 EU반독점당국이 애플과 아일랜드를 대상으로 제기한 불공정 조세 사건 항소심에서 애플이 아일랜드 정부로부터 불공정한 조세 혜택을 받았다며 애플에 총 130억 유로의 체납 세금과 이자 등 총 143억 유로를 납부할 것을 명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EU가 우리를 매우 부당하게 대했다"고 주장했고, 마틴 총리 역시 아일랜드가 "그들(애플)과 함께 (법원을 상대로) 싸웠다"고 답했다.
이번 회담은 지난 달 28일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백악관 파행 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으로 관심을 모았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부터 미국에 수입되는 모든 철강·알루미늄 및 관련 상품들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EU 역시 빠르게 성명을 내고 내달 1일과 13일, 두 단계에 걸쳐 총 260억 유로 규모의 미국산 상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발표한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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