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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재무부 산하의 국세청(IRS)은 미국인들이 가장 두려워하고 싫은 연방정부 기관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국세청이 악명 높은 기관이 된 이유는 세금 징수 과정에서 매우 엄격하고 강압적인 일 처리 방식 때문일 것이다. 다른 국가의 조세 당국과 비교할 때 IRS는 훨씬 더 광범위하고 강력한 법적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 개인의 재산을 압류하거나 급여를 차압할 수 있는 권한은 물론이고 해외에 있는 미국인의 자산에 대해서도 과세권을 행사할 수 있다.
미국과 조세정보교환협정을 맺은 국가들은 미국 납세자가 보유한 5만 달러 이상 계좌에 대한 정보를 IRS에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이를 거부할 경우 금융 제재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이는 다른 어떤 나라의 과세당국도 갖지 못한 미국 국세청만의 특별한 권한이다. 즉, 조세범은 지구 끝까지라도 쫓아가서 한 푼도 안 남기고 털어버린다는 IRS의 존재는 그야말로 미국인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다.
IRS는 납세자의 소득과 재산을 추적하고 징수하는 데 있어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선진화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모든 금융거래, 부동산 거래, 해외 송금 등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되며,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분석으로 탈세 의심 거래를 철저하게 적발한다. 또 원천징수 의무화와 전자신고 자동화 플랫폼 도입으로 높은 징수율을 유지한다.
이러한 특징들로 인해 미국 국세청은 납세자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동시에 조세 정의 실현과 국가 재정 확보라는 중요한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다른 나라 과세당국들이 행정 효율성이 극대화된 국세청의 시스템을 벤치마킹하려 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의 2기 출범 이후 그의 '행동대장'인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DOGE) 수장이 꺼내든 연방정부 해고 칼바람이 IRS를 정면으로 향하고 있다. 현재 IRS에는 직원 9만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이 중 절반(약 4만5000명)이 감원 대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 지난달 근무기간 1년 이하인 약 7000명의 수습 직원이 해고되었고, 추가로 인력 감축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DOGE 직원들이 납세자들의 민감한 개인정보와 금융정보가 포함된 데이터베이스에 무분별한 접근을 시도하면서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도 확대되고 있다.
전기톱 퍼포먼스
머스크는 지난달 21일 미 공화당의 연례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서 '남미의 트럼프'로 불리는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에게 선물로 받은 붉은색 전기톱을 휘두르며 정부 예산 삭감과 관료제 개혁을 외쳤다. 하지만 머스크에게 그럴 권한이 있는지와 함께 성과를 두고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백악관은 머스크의 공식 직함이 '고문'으로 법률적으로 특별한 권한을 지닌 것은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트럼프는 왜 세계 최고 부자이자 혁신의 아이콘이던 머스크에게 구조조정의 칼자루를 맡긴 것일까? 그 배경에는 미국의 막대한 국가부채 문제가 있다.
미국 재무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미국의 국가부채 규모는 약 36조 달러에 달하고 있다. 연방정부의 연간 이자 부담은 2025회계연도에 거의 1조 달러에 달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2035년에는 1조8000억 달러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머스크는 지난달 내각 회의에 참가해 (국가부채에 대한) 이자로 1조 달러를 쓰는데, 이것이 지속되면 이 나라는 사실상 파산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미국의 막대한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소득세를 폐지하고 대신 해외 기업과 국가에서 관세를 걷어 정부 재정을 충당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즉, 1913년 이전의 미국 세제 시스템으로 회귀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미국은 1870년부터 1913년까지 소득세는 없었고 관세만 부과했다. 미국은 1913년 현재의 연방준비제도가 창립되었을 당시 금융자산가들이 미국 정부에 빌려준 돈의 이자를 소득세라는 형태로 국민에게서 징수하는 제도를 확립시키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행정기구로 IRS를 설립했다.
그러나 고도로 복잡해진 현대 경제에서 관세만으로 정부 세입을 충당하겠다는 트럼프의 구상은 실현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미국 연방정부의 주요 세입원인 소득세(약 3조 달러)를 관세로 대체하기 위해서는 100% 넘는 비현실적으로 높은 관세율을 부과해야 한다. 트럼프는 미국 내 세금징수를 관장하는 IRS(Internal Revenue Service)의 규모를 대폭 축소하고 다른 나라에 관세를 매기는 External Revenue Service(외부세입청) 설립을 계획하고 있으나 세금 징수 관련 행정시스템에 대혼란이 예상된다. .
트럼프 2기 출범 직후 진행되고 있는 대대적인 기구 폐쇄 및 해고 사태로 곳곳에서 업무가 마비되고 해당 부처의 큰 반발을 사고 있다. 지난주 윌리엄 앨서프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 판사는 농무부, 국방부, 에너지부, 내무부 등에서 해고된 수습직 공무원 수천 명에 대해 복직을 판결하기도 했다. 지구촌 최고 부자인 머스크가 2차 세계대전 이후 연방정부에 대한 최대 구조조정의 악역을 선뜻 맡은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일부 언론은 머스크가 정부 효율화를 명분으로 각 부처의 핵심 데이터들을 받아내서 자신이 개발하는 인공지능에 활용하고 그 인공지능으로 기존의 정부 인력을 대체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재정 전문가들은 정부효율부(DOGE)의 급진적 구조조정이 정부의 세금 징수 효율성을 저하시키고, 조세 형평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또한 경력직 공무원들의 대규모 이탈은 행정의 연속성과 전문성 측면에서 장기적인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민간 기업인인 머스크가 정부기관의 구조조정을 주도하는 것은 심각한 이해충돌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머스크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 등 여러 기업을 운영하며 연방정부와 대규모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가 수장으로 있는 DOGE의 활동이 연방정부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DOGE 직원들이 연방기관의 데이터에 접근하고 정부 지출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월권 논란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머스크 대통령"
머스크는 그동안 트럼프의 당선을 위해 약 3억5000만 달러를(약 5085억원)를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선 직전인 10월 마지막 2주 동안에만 머스크는 트럼프 캠프의 특별정치활동위원회(슈퍼 PAC)에 약 7500만 달러(약 1090억원)를 기부했다고 최근 포브스는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의 일등 공신인 것이다. 민주당은 트럼프의 억만장자 고문을 '머스크 대통령'이라고 부르며 조롱하고 있다. 그들은 머스크의 광범위한 정부 계약을 노골적인 부패 사례로 규정하면서 트럼프와 머스크를 향해 정치적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영국의 유력지 가디언의 독점 기사에 따르면 지난 15일 민주당 주요 인사들은 머스크와 관련된 잠재적 형사 부패 수사를 요구했다. 크리스 밴 홀런, 리처드 블루멘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팸 본디 법무장관과 미치 벰 교통부 감찰관 대행에게 보낸 서한에서 "연방항공청이 버라이즌과 체결한 24억 달러 규모의 항공교통관제 통신 업그레이드 계약을 취소하고, 머스크의 스타링크에 미국 영공 관리를 맡기기로 한 결정"에 대한 수사를 요구했다. 이 서한은 수사를 통해 머스크가 "백악관의 특별 직원 자격으로··· 자신의 재정적 이해관계가 있는 특정 사안에 참여했는지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며 "이는 형사 이해충돌 법령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머스크의 급진적 연방정부 구조조정은 엄청난 반발과 법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수십건의 위헌 소송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현대 역사상 어떤 민간인도 가진 적 없는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것에 대한 법적 검증 작업까지 진행 중이다. 최근 CNN/SSRS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53%가 머스크의 영향력 확대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머스크에 대한 부정적 여론으로 테슬라는 글로벌 판매 부진에 주가가 맥을 못 추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을 등에 업은 머스크는 트럼프 행정부 내·외부 인사들과 구조조정 문제로 충돌하면서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설계자인 스티브 배넌은 지난 7일 자신이 진행하는 ‘워 룸(War Room)' 방송에서 “머스크가 트럼프 대통령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선 지 거의 두 달이 된 지금까지 실제적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머스크의 관계는 균열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미국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다. 트럼프는 최근 테슬라 차량들을 백악관 단지용으로 구매하겠다고 발표하며 머스크와 그의 회사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를 보여주었다. 트럼프는 백악관 전시회에서 머스크를 '애국자'라고 칭찬하고 테슬라 제품을 홍보하기도 했다. 이 억만장자는 가족과 함께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타기도 하며 만찬에선 헤드 테이블에서 항상 대통령 옆자리를 함께하고 있다. 머스크와 그의 어린 아들 X는 백악관에 거의 상시적으로 머물고 있는 모습이다.
이러한 우호적인 관계는 공화당원들과 민주당원들, 심지어 대통령 측근들조차도 트럼프와 머스크의 관계가 필연적으로 엉망진창이 될 것이라고 예측을 뒤엎고 있다. 회의론자들은 자존심이 유별난 트럼프는 머스크가 자신과 동등하게 주목받는 것을 견디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현재까지 트럼프는 전기톱을 처들고 휘두르는 머스크를 적극 지지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개혁에 대한 대중적 반발이 너무 커지면 트럼프는 자신의 정치적 생존을 위해 머스크와 거리를 둘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이는 두 사람의 관계뿐만 아니라 트럼프 2기의 전반적인 성과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머스크의 급진적 개혁이 실패하면 CPAC에서 전기톱을 머리 위로 휘두르는 머스크의 모습은 '관료주의 파괴'의 상징적인 표현이라기보다는 그의 정치적 몰락을 예고하는 오만한 행동으로 보일 것이다.
이수완 필자 주요 이력
▷코리아타임스 기자 ▷로이터통신 선임특파원 ▷로이터통신 편집장 ▷서울외신기자클럽 회장 ▷아주경제 글로벌본부장 ▷아주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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