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 경영 의사결정에 영향력 행사하려는 행동주의 펀드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주주제안을 통해 이사회에 진입해 영향력을 확보하려고 시도하는 한편, 집중투표제 도입을 통해 지배구조 개선하라는 요구도 늘어나고 있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이호진 태광그룹 전 회장의 기타비상무이사 선임을 위한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지난 25일 공식 요구했다. 트러스톤운용은 지난 20일 공개 주주서한을 통해 이 전 회장의 등기임원 선임을 요청했으나 태광산업이 건강상 이유로 어렵다고 밝히자 비상근인 기타 비상무이사로 선임할 것을 재차 요구했다.
트러스톤운용은 최대주주이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이 전 회장의 책임 있는 경영 활동을 통해서만 태광산업의 경영정상화와 주식 저평가 해소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성원 트러스톤ESG운용부문 대표는 "현 경영진이 소수주주의 정당한 주총소집요구와 사외이사의 이사회 소집요구를 거부하며 모든 법적 절차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재 이호진 전 회장은 태광산업의 지분 29.48%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티알엔(11.22%), 이원준(7.49%), 학교법인일주세화학원(5%) 등 특수관계인 지분을 모두 합친 지분은 54.53%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6.09% 지분을 보유한 2대 주주다.
미국 행동주의 펀드 달튼인베스트먼트는 이달 31일 열리는 콜마홀딩스 주총에서 임성윤 달튼코리아 공동대표의 이사 신규 선임 안건을 주주제안한 상태다. 달튼인베스트먼트는 장내 매수를 통해 현재 5.69%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2대 주주다.
콜마홀딩스의 최대주주인 윤상현 한국콜마 부회장의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친 지분은 48.46%다. 소액주주 지분은 45.85%로 소액주주의 결집 정도에 따라 달튼인베스트먼트가 이사회에 진입해 경영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코웨이를 상대로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며 집중투표제 도입을 둔 표대결에 나선다. 얼라인은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던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이 지난달 24일 사임한 후 다른 주주 제안 후보는 없는 상태다.
직접적으로 이사회 진입을 노리지는 못하지만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는 것만으로도 지배구조 개선 효과가 있다는 입장이다. 얼라인은 공개서한을 통해 코웨이의 이사회가 최대주주 넷마블과 계약된 이사들로 구성돼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변경에는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1 이상 출석과 출석 주주 의결권 3분의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 만큼 소액주주의 결집 없이 가결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넷마블 측 지분은 25.53%, 2대주주인 국민연금 지분은 6.55%다. 얼라인의 지분은 2.83%, 소액주주 지분은 56.61%다.
이창환 얼라인 대표는 "이사회는 전체 주주를 대변해야 하는데 국내 상장사에서는 약 30% 지분을 가진 대주주가 전체를 대표하는 경우가 많다"며 "집중투표제는 나머지 70%의 주주들이 이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임으로써 이사회 대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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