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관세 전쟁이 확산하면서 수출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제조업체들이 내수에서도 곤경에 처했다. 중국에 이어 동남아·대만까지 저가 물량 밀어내기에 가세하면서 내수 시장을 심각하게 교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중소기업들이 주력으로 삼는 시장에 동남아·대만의 덤핑 공세가 거세지면서 관련 기업들이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30일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현재 접수된 덤핑 피해 조사 건수 12건 중 동남아시아·대만과 관련된 제소는 5건으로 전해졌다. 올해 들어서 전체 제소는 3건이 추가됐는데 이 중 1건이 동남아산 제품과 관련돼 제소됐다. 기존에는 중국이 대부분을 차지했으나 최근에는 동남아 관련 피해 건수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동남아·대만과 관련된 피해가 대부분 국내 중소기업과 관련이 깊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태국산 파티클보드(PB)다. 가구 재료로 쓰이는 PB 대체로 동남아시아, 중국산 나무로 만든다. 원가 경쟁력을 갖춘 태국산 PB는 국내 PB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려 산업의 존립 기반까지 위태롭게 하고 있다. 물론 저사양·저품질인 중국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국내에 들어오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로 수입되는 태국산 PB의 평균 단가는 137달러로 저사양·저품질인 중국(153달러)보다 12%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무역위는 지난해 12월 태국산 PB 관련 덤핑 조사를 착수한 상황이다. 무역위는 이르면 다음 달 25일 회의를 열고 반덤핑 조치 여부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만약 무역위가 회의에서 태국산 PB로 인해 국내 업체들이 피해를 봤다고 인정하는 내용의 예비 판정을 내리면 태국산 PB에 대한 잠정적인 덤핑 방지 관세를 부과하는 수순을 밟게 된다.
국내 산업 피해가 큰 만큼 보호무역 장벽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너도나도 관세 장벽을 세우면서 중국산, 동남아산 저가 물량 공세가 더욱 심화할 수밖에 없다"며 "우리도 더욱 강화된 '보호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