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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뷰] 금감원장의 직(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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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영 기자
입력 2025-04-0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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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에서 열린 기업·주주 상생의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열린 토론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3월 13일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에서 열린 '기업·주주 상생의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열린 토론'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직(職)을 건다'는 말의 유래는 일본 사무라이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무사들은 중요한 결투나 전투의 승패에 따라 명예가 달라졌고, 이 명예를 지키기 위해 '직을 걸고' 싸운다는 표현을 썼다. 이 단어는 시간이 흘러 본인의 직책을 걸고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미이자, 주장이나 결정이 옳다는 강한 확신을 주는 단어로 확대됐다.
 
책임감과 무게감을 단번에 느낄 수 있는 이 단어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상법 개정안 반대를 위해 꺼내 들었다. 이 원장은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3월 13일 "(상법 개정)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대해서는 직을 걸고라도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본시장 선진화와 시장 신뢰를 위한 것이라는 그의 발언에 대해 관가의 반응은 싸늘하다. 금융위원회를 포함한 정부가 상법 개정안의 부작용을 우려해 자본시장법 개정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데 국무위원도 아닌 금융위 산하기관장이 나서서 상법 개정안에 찬성하는 입장을 밀어붙이니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금융위 고위 관료가 "정부 차원에서 상법 개정안에 대해 이미 반대 의견을 내기로 합의했는데 이 원장이 왜 '직을 걸고' 이런 발언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답답함을 토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정부부처 공무원도 "상급기관인 금융위를 앞에 두고 부처 간 의견 일치는커녕 사전 조율조차 없는 금감원장의 '폭탄 발언'에 대해 내부 불만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8일에는 아예 상급기관 전체를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금감원은 이날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에 '상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적절치 않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보냈다. 금감원의 이 같은 행동은 상법과 자본시장법 주무 부처인 법무부와 금융위는 물론이고 행정부 2대 권력기관인 총리실과 경제 컨트롤타워인 기재부에도 반기를 드는 행동이다.

이 원장은 이날 오전 비공개로 열린 'F4 회의'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F4 회의는 경제·금융기관별로 분산됐던 각종 정보와 자료를 공유하고 정책 방향을 조율하기 위해 정례적으로 여는 회의다. 이 원장의 불참을 두고 금융권에서는 정부 의견이 거부권 행사로 모아지는 것에 대한 '항의성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왔다.

상법 개정안에 대해서 찬반 의견이 있는 만큼 금감원장이 소신대로 행동하는 것을 지지하는 의견도 있다. 정책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견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것은 정부의 공식적 입장이 정해지기 전일 때 가능한 이야기다. 정부의 입장이 정해진 뒤 '직을 걸고'라는 표현으로 마이웨이를 선언하는 것은 금융시장에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지금은 정교한 정책 조율로 시장 참여자에게 명확한 방향성을 제공해야 할 때다. 금융당국 간 혼선은 해외 투자자들에게 한국 금융 시장의 신뢰 훼손만 초래한다. 임기를 2개월 남짓 남겨둔 이 원장이 '직을 걸고' 지키려는 시장 신뢰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공직자의 본분을 망각한 개인의 의견 개진은 힘을 얻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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