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경제산업성이 최첨단 반도체 양산을 목표로 하는 라피더스에 최대 8025억엔(약 7조9100억원)을 추가로 지원하겠다고 31일 발표했다. 이로 인해 지금까지 일본 정부의 라피더스에 대한 누적 지원액은 1조8000억엔(17조8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라피더스는 일본 정부가 주도해 2022년 설립한 회사로, 올해 4월부터 홋카이도 지토세(千歲)시 공장에서 최첨단 반도체인 2나노(㎚·10억 분의 1m) 시제품 생산이 시작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과 교도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경제산업성은 라피더스의 반도체 시제품 제작용 제조장치 구입과 생산관리시스템 개발 등을 위해 이같은 추가 자금 지원을 결정했다. 추가 지원은 2024년도(2023년 4월~2024년 3월) 보정예산으로 확보했으며,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해 중소기업 지원 명목으로 쌓아두었던 기금 잔액 등을 재원으로 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이처럼 라피더스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 차원에서 라피더스에 9200억엔(약 9조600억원)의 지원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라피더스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자금 지원은 이번 추가 지원과 별도 출자금을 포함해 총 1조8225억엔(약 17조9600억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라피더스는 2027년까지 최첨단 2나노 제품 양산 목표로 잡고 있으나 이를 위해선 총 5조엔(약 49조원)의 자금 조달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닛케이는 “일본 정부의 지원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지만 민간 출자는 73억엔(약 719억원)에 그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라피더스에는 도요타, 키옥시아, 소니, NTT, 소프트뱅크, NEC, 덴소, 미쓰비시UFJ은행 등 일본 대기업 8개 사가 주주사로 참여하고 있지만, 이들 민간기업은 라피더스 투자에 시큰둥한 모양새다. 대형 은행과 후지쓰가 신규 출자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많은 기업은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 일본 반도체 기업은 그동안 회로 선폭이 넓은 구세대 반도체를 만들어 와 한국 삼성전자나 대만 TSMC 등 글로벌 업체와 기술 격차가 큰 편이다. 아무리 정부 지원을 받아도 수년 만에 최첨단 기술이 필요한 2나노 칩을 양산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냉정한 평가가 나온다.
한편 일본 내 일각에선 정부가 특정 기업에 예산을 과도하게 쓴다는 비판도 있다. 야당 측에선 ”끝없는 국비 투입에 기업의 도덕적 해이가 우려된다”는 쓴소리도 들려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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