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어느 시점에 무언가 할 것"이라며 협력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의 아시아 정책에서 한국이 소외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에게 연락할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했다. 그는 "여러분은 이 말을 듣기를 싫어하지만, 나는 김정은과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라면서 "나는 그와 환상적으로 잘 지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하다"라고 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집권 1기 초기에 김 위원장을 '리틀 로켓맨(little rocket man)'으로 언급했던 상황 등을 거론하면서 "어느 날 그들이 만나고 싶다는 전화를 받았다. 우리는 만났고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소통하고 있다"라면서 "그것은 매우 중요하다. 알다시피 그는 큰 핵 국가이고 매우 스마트하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들어 잇따라 북한을 '핵 보유국(nuclear power)'으로 지칭하며 사실상 북핵을 묵인하는 등 북한에 대해 유화적 태도를 보여왔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 통신은 "이러한 움직임은 한국의 우려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며 "한국은 이것(미·북회담)이 자국의 안보 이익을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이날 미국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는 '주한미군 유연성'에 대한 협의가 필요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앤드루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 석좌는 이날 한나 포어먼과 함께 올린 '대만해협 비상 상황에 한국은 자신의 역할을 정의할 준비가 됐는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트럼프 정부가 한국에 대만 방어를 위한 지원을 강화하도록 압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 국방부는 본토 방어와 함께 중국의 대만 침공 저지를 미군의 최우선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이들은 "이런 시나리오에서 미국은 대만해협에서 비상사태 발생 시 한국이 익숙한 영역에서 나와 보다 명확성을 제공하고 한미 동맹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약속하도록 밀어붙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정부는 인도·태평양을 우선시한다고 공언했다"라면서 "한국도 대만 해협을 포함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더 큰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날 중국 인민해방군이 "'대만 독립' 분열 세력에 대한 강력한 경고"를 보내기 위해 6개월 만에 대규모 대만 포위 군사 훈련을 개시하는 등 양안(중국-대만) 관계가 최근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상황이다.
여 석좌는 한·미가 다뤄야 할 의제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보다 구체적 정의 △대만 위기 상황 시 한국의 군사적 기여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억제력 강화 방안 등을 제시했다.
이들은 전략적 유연성 문제와 관련해 한미 간 공식적인 입장이 2006년 이후 업데이트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한미 동맹의 역할과 책임이 더 넓은 인도·태평양을 대상으로 확대되었음에도 주한 미군이 어떻게 실제로 배치될지에 대한 내용은 명시돼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한미군이 어떤 조건 아래 대만에 배치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한미연합사가 중국으로부터의 반격이나 북한의 도발에 대비해 한반도에서 방위와 억제를 보장할지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분석은 한국의 국정 공백 속 미·북 대화에 우리의 의견이 반영되지 못하는 ‘한국 패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나왔다. 다만,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패싱'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난다든지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한다든지 할 경우에는 중국 및 대만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입장에 대해 한국이 덜 지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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