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나는 옳고 생각이 다른 상대방은 그르다고 생각한다. 옳고 그름에 대한 확신은 사회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나만 옳다는 확신은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배척하게 된다.
사회는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 사는 집단이다. 옳고 그름은 누가 판단하는가? 사회적 약속으로 재판관들이 법률과 양심에 따라 판단한다.
개별 재판관의 성향에 따라 동일 사건에 대해 옳고 그름의 판단이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집단으로 판결을 내릴 경우는 그나마 서로 다른 의견이 완충된다. 최근 이진숙 방통위원장 탄핵 사건에서 헌재의 판결은 4대 4로 인용과 기각이 엇갈렸다.
판사의 판단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따를 수밖에 없다. 대안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피의자 입장에서는 판사가 당사자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리도록 좋은 변호사를 쓰는 것 이외에 다양한 시도를 할 가능성이 있다.
무소불위의 거대 야당이 광화문에 천막 당사를 치고 투쟁의 근거지로 삼는다고 한다. 누구를 대상으로 무엇을 투쟁한다는 건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미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탄핵할 수도 있고 어떤 법률도 국회를 통과할 수 있는데 무엇을 투쟁한다는 건가?
헌재나 법원을 대상으로 재판관의 판단에 대해 압력 수단으로 투쟁하는 목적이라면 천막을 걷는 게 나을 것이다. 국민의 눈에 곱게 비치지 않을 것이다. 거대 야당이 줄탄핵이나 예산 삭감으로 정부가 정상적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면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온다.
현 정부가 일을 잘 하면 정권을 탈환하는 데 부정적 영향이 생기기 때문에 야당은 좋은 정책도 어깃장을 놓을 유인이 생긴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지층이 반대하는 미국과의 FTA를 국익을 위해 체결했다. 그 뒤에 집권한 이명박 정부는 FTA로 인한 미국 소고기 수입으로 광우병 파동을 겪었다.
노무현이 지금 인기가 높은 것은 지지층이 반대해도 국익을 위해 노력했다는 것을 국민이 뒤늦게 알아 주기 때문이다. 지지층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나라 전체의 장기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큰 정치 지도자는 결국 국민이 인정해 준다. 지금 그런 정치 지도자가 필요하다.
모두 나만 옳다는 확신에 사로잡혀 있지는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계엄 선포로 해결책을 찾으려 했다고 한다. 윤석열과 이재명이 대표하는 여권과 야권의 현 체제에서 다수 야당의 줄 탄핵과 예산 삭감 등으로 인한 국정 마비 우려가 있어서라고 말한다.
여권과 야권을 지지하는 국민들이 둘로 나뉘어 광장과 거리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상대편의 목소리는 들으려 하지 않고 내가 옳다는 확신에 차 있는 듯하다. 8개 사건에서 12개 혐의로 5개 재판을 받는 이재명 대표를 지지하는 강성 지지층은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어떤 혜택이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는 듯하다. 현재 여론 조사에 의하면 차기 대통령 후보로 이재명 야당 대표의 지지도가 높게 나온다. 어떤 의혹이 있어도 지지하는 콘크리트 지지층이 그만큼 두텁다는 것을 반영한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모두 30건의 탄핵 소추안을 발의했고, 그중 13건을 국회에서 강행했다. 헌재 판결이 내려진 9건은 모두 기각됐다. 이 정도 되면 스스로를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내가 옳다는 확신은 법원의 판결도 귀를 닫게 한다.
확신은 통합을 저해할 수 있다. 탄핵을 찬성하거나 반대하기 위해 모인 수많은 국민들은 자기 신념에 대한 확신의 기반 위에 모였을 것이다.
과거는 지나갔다. 우리는 현재에 있다. 미래는 불확실하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불확실한 내일을 맞아야 된다. 확신에 찬 오늘의 판단은 미래의 불확실한 관점에서 보면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와 같다. 오늘 상대방에 대한 미움의 마음을 비워내고 관용과 이해의 마음을 담아 내일을 준비할 수는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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