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자료를 살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 이후 원·달러 환율이 하루 새 30원 넘게 급락하면서 국내 경제심리 하방리스크가 줄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품목별 관세 및 주요국 간 통상전쟁으로 확전될 경우 원화 가치가 다시 급락할 여지는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6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의 파면 당일인 지난 4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달러당 32.9원 내린 1434.1원에 주간 종가를 마쳤다. 2년 5개월 만에 최대 낙폭이다.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어진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되면서 외환시장은 일단 한숨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국가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보여줬다고 평가되면서 환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일각에선 국내 소비심리가 완화되면서 원화가 당분간 1400원대 초반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 원화는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 이후 글로벌 약달러 기조가 이어진 가운데 나 홀로 약세를 보인 바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바클레이스는 "헌재 판결이 한국에 대한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씨티도 "정치적 불확실성이 원화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사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환율이 안정세를 보이고 경기 하방리스크 축소 기대감이 커짐에 따라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운신 폭도 넓어질 공산이 높다. 10일 앞으로 다가온 4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가계부채 및 미국과의 금리 차 부담으로 금리 동결 전망이 우세하지만, 5월께에는 인하 시그널을 보낼 가능성이 높다.
[표=한국은행]
다만 조만간 발표될 트럼프 대통령의 반도체·목재·구리·의약품 등 품목별 관세와 주요국 간 통상전쟁 확전 여부가 향후 환율 방향성을 판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품목별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한국 수출 기업의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한국의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산업은 미국 관세 정책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국내 정치 이슈가 소화된 이후에도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전쟁으로 환율이 변동성 높은 흐름을 지속할 공산이 크다"며 "환율 안정은 미국 고용 둔화와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인하를 반영해 미 달러화가 하락하고, 국내 추경 집행 가능성이 높아지는 하반기경에 전개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보다 비(非)미국 경제의 하방 압력이 높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2분기까지 원·달러 환율은 상승 압력이 우세하다"며 "당분간 1430~1480원의 넓은 범위 내에서 변동성을 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도 "중국발 보복관세로 통상전쟁이 확전될 공산이 높고, 여기엔 위안화 평가절하도 동행될 것"이라며 "이 경우 원화 가치가 급락하는 시점이 올 수 있으며 미국·중국 간 통상전쟁 사이에서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길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