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영상 연설에서 "오늘 러시아가 자행한 공격 중에는 흑해상에서 발사된 미사일도 있었다"며 "이것이 러시아가 무조건적인 휴전을 거부하는 이유다. 그들은 해상에서 우리 도시와 항구를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유지하고 싶어 한다"고 비판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지난달 미국의 중재로 30일간 에너지 시설에 대한 상호 간 공격 중단과 흑해에서의 휴전에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러시아가 선결 조건을 이행하지 않으면서 휴전이 이행되지 못하고 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흑해 해상 휴전'과 관련해 러시아 곡물 수출을 위한 제재 해제를 선결 조건으로 제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완전하고 무조건적인 휴전에 동의했으나 푸틴(러시아 대통령)은 거부하고 있다"며 "우리는 미국의 대응을 기다리고 있지만 아직은 반응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럽 모든 나라들과 진정한 평화를 원하는 세계 각국이 대응해 주기를 기대한다"며 대러시아 제재 등 압박을 촉구했다.
이는 브리짓 브링크 주우크라이나 미국 대사가 사망자 중 어린이를 언급하며 러시아의 책임은 명확히 언급하지 않은 발언을 겨냥한 것이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 4일 러시아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고향인 동남부 도시 크리비리흐를 공습해 다수의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19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다쳤다.
유럽 주요국들은 러시아에 대한 데드라인 설정 등 미국의 적극적인 압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엑스에 크리비리흐 상황 등을 언급하면서 "러시아의 공습은 끝나야 한다. 러시아가 계속해서 시간을 벌려고 하고 평화를 거부할 경우엔 강력한 액션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과 프랑스가 주도하는 ‘의지의 연합’도 오는 1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회의를 열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회의에는 미국 국방장관을 제외한 30개국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의 골프 회동에서 오는 20일을 휴전 이행 시한으로 제시하자고 제안했으나, 이에 대한 미국 측의 공식 반응은 없는 상황이다.
다만,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4일 "러시아가 평화에 진지한지는 몇 달이 아니라 몇 주 안에 곧 알게 될 것"이라며 "그렇지 않다면 우리의 입장을 재평가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