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상품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수급 악화 우려가 대두되면서 국제유가가 사상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한 가운데 금값 역시 최고치로 치솟은 것이다.
유가를 비롯한 상품 가격의 고공행진과 함께 미국 부동산시장의 침체가 이어지면서 글로벌 경제가 고물가속에 성장이 둔화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주장도 확산되고 있다.
◆국제유가 장중 배럴당 100달러 돌파=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선물은 배럴당 99.62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연말 종가 대비 3.8% 급등한 것이다.
이날 유가는 장중 배럴당 4% 이상 오르며 10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최근 1년간 유가 추이 <출처: bigcharts>
금 가격 역시 '파죽지세' 천정을 모르고 상승하고 있다. 금현물 가격은 온스당 2.8% 상승한 856.95달러로 이날 장을 마감했다.
2월물 금선물 가격은 2.6% 상승한 869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사상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로 장중에는 864.90달러를 기록하며 1980년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내기도 했다.
금을 비롯해 금속 가격이 치솟으면서 UBS 블룸버그 상품지수는 2.2% 상승했다. 이 지수는 지난해 22% 오른 바 있다.
전문가들은 상품가격 급등의 배경으로 세계 전반에 인플레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을 들고 있다.
델타글로벌어드바이저의 마이클 펜토 투자전략가는 "올해 화두는 인플레"라면서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금리를 낮추고 있고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인플레 압력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인 나이지리아의 소요 사태가 악화되면서 유가의 추가 적인 상승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BNP파리바의 해리 치링구리안 애널리스트는 "매수세가 여전히 강하다"면서 "겨울철을 맞은 계절적 수요와 함께 소비국의 재고가 감소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밝혔다.
◆난방유·백금도 사상 최고 행진=상품 가격의 상승은 거의 전 부문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 난방유 가격은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으며 천연가스 가격 역시 이날 하루만 4.9% 상승했다.
백금 가격 역시 사상 최고 행진을 지속 중이다.
전문가들은 약달러 기조가 멈추지 않으면서 상품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1년간 금선물 추이 <출처: bigcharts>
지난해 달러 가치는 주요 6개 통화 대비 8.3% 하락했으며 올들어 이미 1% 빠진 상태다.
지난 9월부터 연준이 3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하하고 미국의 주택경기가 16년래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달러 역시 본격적인 반등에 나설 가능성은 희미한 상황이다.
문제는 연준의 금리인하 행진이 달러 가치 약세는 물론 인플레 압력을 높이는 양대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에 있다.
일반적으로 인플레 전망이 확산되고 달러가 약세를 지속할 경우, 투자자들은 금을 비롯한 상품시장으로 투자처를 돌린다고 통신은 전했다.
에퀴덱스브로커리지그룹의 론 구디스 선물 트레이딩 부문 책임자는 "달러 약세가 이어질 수록 사람들은 상품시장으로 이동한다"고 강조했다.
◆식품 가격도 비상..."상승 지나치다" 거품 논란도=식품 가격도 비상이 걸렸다.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거래된 3월 인도분 대두 선물은 부셸 당 2.8% 오른 12.4875달러를 기록했다.
밀 선물 역시 부셸 당 3.4% 오른 9.15달러로 장을 마쳤다.
한편 일각에서는 최근 상품시장의 급등이 지나치다며 조정이 임박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MF글로벌의 마이클 피츠패트릭 부사장은 "에너지 가격의 랠리로 인해 미국의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중국의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면서 "지금 시장에는 매우 큰 거품이 존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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